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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바람 잘 날 없는 통신3사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6 17:02

수정 2015.03.16 17:02

[차장칼럼] 바람 잘 날 없는 통신3사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국내 대기업들의 간판이 잇달아 보이고 시내에 들어서면 국내 가전회사들의 대리점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나다니는 외국인들 손에서 국내 기업들의 휴대폰도 심심찮게 보인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대한민국의 자취가 보이니 그저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도 우리나라 통신기업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MWC는 전 세계 1900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행사다.
올해는 사물인터넷(IoT) 기업들까지 대거 등장했다. 하루 입장료가 100만원에 달하지만 이번 MWC 기간 총 9만3000여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될 정도로 글로벌 ICT 산업에서 MWC의 위상은 대단하다.

그렇게 중요한 이벤트에서 행사장 중앙홀 한가운데에 부스를 만들고 기술력을 자랑한 회사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은 올해 MWC에서 '갤럭시S6'와 'S6엣지'를 출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인근엔 LG전자와 LG U+의 부스가, 한쪽 켠에는 KT의 부스가, 반대쪽엔 SK텔레콤의 부스가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부스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비즈니스맨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SK텔레콤이 전시한 가상현실(VR) 열기구에는 참관객들이 잠시나마 체험해보려 줄을 섰다. LG U+의 홈IoT 시연도 흥미를 끌었고 황창규 KT 회장의 키노트 연설에선 박수가 다섯 번 나올 정도로 공감을 얻어냈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국내로 돌아오면 통신산업이나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다. 통신3사는 상대방 회사의 잘못을 들추고 싸움박질에만 몰두한다. 지난해 연말 이동통신 3사는 현재의 롱텀에볼루션(LTE)보다 4배 빠른 3밴드(3Band) LTE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로 세계 최초라고 우기더니, 결국은 법정다툼을 벌여 상대방의 세계 최초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에 나섰다. 결국 국내 통신3사는 모두 '세계 최초' 3밴드 LTE를 상용화한 회사라는 명예를 잃었다.

지금은 또 불법 보조금 '주동자'를 놓고 싸움이 한창이다. KT와 LG U+가 SK텔레콤을 지목해 "유통망에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했다"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고, 방통위는 SK텔레콤 단독 조사를 벌였다. 통신사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하나의 결론만 남는다. "다 똑같다. 통신3사가 모두 똑같이 불법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남발하며 소비자를 속이려드는 나쁜 기업들"이라는 인식 뿐이다.

원래 통신업은 우리가 한참 후발 주자다. 4세대(4G) LTE에서 우리가 아주 조금 앞서나가자 유럽이 5세대(5G)에선 영광을 되찾겠다며 뭉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은 물론, 단말기.장비 등 제품·서비스까지도 다른 나라에서 배우러 올 정도다. 이제 국민이 자랑할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
고객이 조금 늘었다고 좋아하고 줄었다고 보조금 뿌릴 생각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eyes@fnnews.com 황상욱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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