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단통법, 규제를 위한 규제 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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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단통법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있다. 이름도 길고 어렵지만, 법이 담고 있는 내용도 어렵고 실현하고자하는 목적도 쉽지 않은 법이다.

어렵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단통법은 이동통신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자는 법이다. 긴 이름에 그 뜻이 담겨있다. 국내 이동통신 유통점은 대략 3만70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편의점 숫자보다 많다. 국민 1명이 동네 구멍가게처럼 하루 한번씩 들르는 편의점 숫자. 국민 1인당 1년6개월가량 만에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들르는 이동통신 유통점 숫자. 이 둘이 같다는 것은 이미 이동통신 유통산업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이동통신 유통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불법 보조금 남발이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남용하기도 하지만 대형 유통점들은 리베이트를 보조금으로 둔갑시켜 유통점이 관리하는 가입자를 늘린다. 이 가입자들은 2년 의무약정 기간이 지나면 이동통신 회사를 옮길 것을 요구받는다.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게 유통점의 미끼다. 그러다보니 이동통신 회사의 마케팅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정작 소비자는 보조금 혜택을 고르게 받는 것도 아니고 통신비는 갈수록 늘어간다. 이게 악순환이다.

그래서 단통법을 만들었다. 보조금을 공시하고, 이동통신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옮긴 가입자와 똑같이 보조금을 주도록 정했다. 사실 소비자들의 권리가 꽤 많이 제한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 이동통신 회사들의 마케팅 자유도 구속된다.

그렇지만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고질병인 유통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동통신산업 자체가 난치병에 걸릴 수 있다는 진단아래 단통법을 강행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 당초의 목적에 얼마나 가까이 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다. 유통산업이 효과적으로 정리되고 있는가? 소비자들이 과다하게 선택권을 제한받는 일은 없는가? 기업의 마케팅은 과도하게 구속당하지 않는가?

단통법이 규제를 위한 규제법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부 규제에 대한 비판 중 정부가 가장 아프게 들어야 할 말이 '규제를 위한 규제' 아닐까 싶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중고폰 선보상제 제재에 대해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갈수록 단통법을 앞세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규제가 소비자, 이동통신산업, 국민 누구에게 이익을 주느냐고 물으면 딱히 돌아오는 답이 없다. 그렇다면 그 규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통법 초기에는 믿음이 있었다. 유통구조를 개선하면 소비자와 이동통신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그런데 지금 단통법은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후속조치는 안 보이고, 단통법을 지키기 위해 규제만 계속 덧바르는 모습이 보인다.

단통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정부가 초심에서 재검토해주길 바란다. 단통법이라는 규제법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지금 단통법은 그 목적을 향해 가고 있는지.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 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