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9 17:15

수정 2015.03.19 17:15

[데스크 칼럼]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

#. 다시 재계가 떨고 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시작돼서다. 검찰발 사정 한파는 매섭다. 전광석화다. 그간 꾸준히 내사를 한, 준비된 검찰이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 비리의혹뿐만 아니라 신세계, 동부그룹, 동국제강도 겨냥했다.
이명박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댔다. 그 타깃은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다. 이 중 포스코와 경남기업 비리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명박정권 실세들과 교류가 깊었다는 점이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해 회장이 됐다는 의혹을 달고 다녔다. 검찰도 확인한 것 같다.

경남기업 대주주인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석유공사와 광업진흥공사, 광물자원공사 등과 함께 지난 정부에서 여러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MB(이명박)맨'으로 분류되는 성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검찰 안팎에서 특수2부(포스코)는 이 전 대통령 주변 실세를, 특수1부(자원외교)는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맞다. 부정부패는 뿌리 뽑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비리로 얼룩진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부정부패 척결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첨단 기술력과 고객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통해 돈을 벌었다면 당연히 처단돼야 한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수사는 곤란하다. 한국 경제를 어렵게 어렵게 이끌어가는 기업들 모두가 비리의 온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지금 서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디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1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청년층 실업률(9%)이 심각하다. 기업은 더 어렵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6년 만에 임직원 임금을 동결했을까.

#. 경제 활성화는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목표다. 그는 취임사에서 박정희 시대를 연상시키는 '경제 부흥'을 3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했고, 집권 2년 차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비리 덩어리 척결'을 선언한 그날(17일) 박 대통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 살리기 법 도와달라.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며 "국민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이제 검찰 몫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같은 날 간부회의 자리에서 "부패척결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 대상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권력과 검찰의 칼날은 엄정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세간에서 말하듯 집권 3년 차의 필요에 의한 '부패와의 전쟁'이든 아니든 말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고 비리의 덩어리를 제대로 들어내보라.

sejkim@fnnews.com 김승중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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