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북극 오로라와 만난 한국외교의 지평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9 17:24

수정 2015.03.19 17:42

[특별기고] 북극 오로라와 만난 한국외교의 지평선

영하 15도 내외의 추운 날씨가 지속된 캐나다의 북극 도시 화이트호스에서 지난 3월초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고위관리회의가 개최됐다.

북극이사회는 북극의 환경보존 및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목적으로 1996년 북극권 8개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에 의해 설립되고 6개 북극 원주민 단체도 참여하고 있는 제한된 포럼이다. 이 포럼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의 옵서버 국가도 참가하여 논의에 기여하고 있다.

고위관리회의는 북극이사회 활동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마련하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다. 이번에는 지난 2년간 캐나다 의장국하의 성과를 정리하고 금년 4월부터 의장직을 맡게 될 미국의 활동비전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동안 북극이사회에서는 6개 작업반 등 전문가 그룹회의를 통해 북극환경 모니터링, 동식물보전, 해양환경보호 등 구체 활동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북극경제이사회 출범은 그동안 환경보호에 맞추어진 북극이사회 회원국의 관심을 비즈니스 분야까지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캐나다 의장직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2002년 노르웨이 뉘올레슨에 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하면서 북극 과학연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한 2009년 최초의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하여 매년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과학조사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2013년 5월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가 되었고 모든 북극 관련 논의에 초청받고 있다. 옵서버 가입을 계기로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북극정책 추진을 위해 같은 해 12월 "북극정책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북극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는 북극에 관심을 가지는가? 전 세계 미 발견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구의 마지막 남은 프론티어인 북극,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실크로드인 북극항로가 에너지 수입국이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 내륙빙 해빙현상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에게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 남의 일이 아님을 일깨우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북극이사회를 비롯한 북극 관련 국제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북극정책과 과학연구 활동을 소개할 뿐 아니라, ICT 및 조선 강국이라는 강점을 통해 북극활동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적극 알려왔다. 특히 지난 2년간 북극이사회 전문가그룹 회의에 우리 전문가들이 17차례나 참석해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우리 북극 연구기관들은 북극이사회 회원국 연구소와 협력센터 설치, 동토층 관측소 마련, 북극기지 공동사용 등 협력도 추진해 왔다.

주요국과의 정부간 협의도 활발히 추진해왔다. 지난 2년간 미국, 캐나다, 러시아 및 덴마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극협력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였으며, 그 결과 북극해 공동연구, 광물자원탐사, 북극항로 모색 등 협력활동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북극항로의 서쪽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노르웨이 등 5개 노르딕 국가와 최초로 한-노르딕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 북극협력 강화에 합의한 바 있다.

우리는 과학조사 활동에 열심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북극 발전에도 기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극과 달리 북극은 북극해 연안국이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연안국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향후 10년, 20년을 바라보면서 차분히 북극 진출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고위관리회의는 우리가 북극 협력파트너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회의 기간 중 우리의 기여가 참석자들에 의해 수차례 언급됐으며, 몇몇 북극이사회 회원국은 우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문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의장국인 미국은 앞으로 2년간의 중점사업으로 북극해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원주민 생활여건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그간의 북극연구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 및 지식을 바탕으로 북극의 안전한 이용 및 환경보호 노력에 동참하고자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극에서 우리의 새로운 기회 모색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병화 외교부 다자경제외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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