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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등록금 올리는 '아이비리그'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0 17:44

수정 2015.03.20 17:44

[월드리포트] 등록금 올리는 '아이비리그'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또다시 등록금을 인상했다. 미국 칼리지보드이사회는 최근 내년 대학등록금을 3%가량 인상하는 안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물론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포함돼 있다.

아이비리그는 미 북동부지역의 명문 사립대들을 말한다.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프린스턴, 브라운, 펜실베이니아, 컬럼비아, 코넬 등 8개 학교로 구성돼 있다.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의 관문에 들어선 것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학비, 기숙사, 식비)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5만~6만달러에 달한다.

맨해튼 소재 컬럼비아의 경우 연 등록금이 6만4000달러(약 7200만원)가 넘고 하버드 역시 5만8000달러나 된다.

이 중 가장 싼(?) 브라운은 등록금이 5만달러가 조금 넘지만 내년에 등록금을 4.4% 인상한다.

성적이 월등히 높은 학생들이나 성적이 높지만 집안 형편이 너무나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이 주어지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는 '수재'들을 제치고 장학금을 받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교육 융자를 받아 학교를 다닐 경우 4년 후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라는 엄청난 부채를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된다.

따라서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는다 해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식의 미래=부채의 늪'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교육열이 높다고 널리 알려진 한인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밝힌 한 한인 학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해 코넬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도저히 학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주립대학에 가야 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또 다른 한인 학부모는 "장학금을 받아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정도가 아니라면 나중에 아이가 (주립대에 가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성적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다면 그만큼의 경제적 보상이 있을까.

물론 좋은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낫다.

임금 조사업체인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들은 다른 대학 졸업생들에 비해 첫 직장에서 약 27%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

아이비리그 졸업생들과 다른 대학 졸업생들의 연봉 차이는 사회생활을 오래할수록 점점 더 격차가 늘어나 40세가 되면 무려 47%까지 벌어진다고 페이스케일은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해 가을 보스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의 가장 큰 경제적 문제를 '빈부격차'라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며 "미국 경제가 리세션 국면에서 벗어나고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층이 '소득 사다리'를 타고 상위계층으로 올라가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채가 10년 전과 비교해 4배로 늘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기 및 고등교육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미국도 실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는 나라가 돼 버렸다.


빈부격차가 대학 입학부터 이처럼 현저하게 나타나니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7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앞으로 5~10년 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소는 빈부격차가 아닐까 싶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이 같은 우려를 한층 더 앞당길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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