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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무상급식, 박원순 시장이 말할 차례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0 17:44

수정 2015.03.20 17:44

[여의도에서] 무상급식, 박원순 시장이 말할 차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그때 박원순 서울시장과 기자 몇몇이 저녁식사를 했다. 그날 박 시장은 10여분 늦게 도착해 "아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겸손하고 서민적인 박 시장에게서 이런 예절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박 시장과 기자 일행은 인사를 나눈 뒤 좌정을 했다. 지각 참석 분위기를 돌리려 했는지, 박 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거 앞으로 시끄럽게 됐습니다"라고 첫마디를 했다.
영문을 모르는 필자는 그 말에 곧바로 "왜 그렇죠"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자 박 시장은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됐으니 말입니다"라고 말하자 필자는 " '…', 아, 그렇군요"라고 했다.

필자도 이런 분위기를 돌렸다. 박 시장에게 곧바로 물었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박 후보의 대선 승리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라고 묻자, 그는 "글쎄요. 왜죠"라며 필자에게 되물어왔다. 어줍은 생각이지만 필자는 대답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커닝을 잘해서 당선됐다. 두 가지를 제대로 커닝했다. 하나는 행정수도 이전을 선점한 것이요, 또 하나는 민주당의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을 커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당시 이 두 정책은 누가 봐도 새누리당 정책이라기보다는 민주당 정책이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두 정책 가운데 특히 복지정책을 한나라당도 추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새누리당이 우리도 복지정책을 했다라고 한다면 그건 참으로 추잡스러운 일이다.

지금 저 남쪽에서 봄바람이 불어왔다. 그것도 아주 세차게…. 그러나 그 봄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몰고온 '무상급식 중단 바람'이 바로 그 바람이다. 그는 그의 페이스 북에서 "보편적 복지는 진보좌파의 위선"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가진 자의 것을 거둬, 없는 사람을 도와주자는 것이 진보좌파정책의 본질인데"라며 "보편적 복지는 그렇지 않다"며 사뭇 몰아붙이고 있다. 세금을 거둬 서민에게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선별적 복지가 진보좌파정책에 부합한다는 것이 홍 지사의 지적이다.

그런데 지난 시절 이 바람은 따지고 보면 참 묘하게 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이 바람은 박 후보가 커닝하게 했고, 이보다 더 앞서 박 시장은 이 바람을 타고 서울시장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런 바람을 홍 지사는 지금 역풍(逆風)이라며 중단을 선언했다. 이 말은 곧 지난 대선 때 커닝으로 작성됐던 그 답은 정답이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박 시장에게는 선별적 복지를 탔어야 했는데 왜 보편적 복지에 올라탔느냐는 지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무상급식과 서울시 오세훈과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 오세훈과 박원순의 선별적 또는 보편적 복지 논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이들 관계는 2010년, 2011년 서울시 상황을 보면 더 확연하다. 당시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민주당·구속중)과 김형식 시의원(민주당·구속중) 등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며 오 시장을 서울시장직에서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이 두 시의원은 무상급식 성취와 오 시장 낙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원 샷(One Shot)에 잡아버려, 하루아침에 명포수가 됐다.

이와 비교할 때 지난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 지사 간 벌어졌던 무상급식 논쟁은 너무나 약소하다.
그렇다면 홍 지사에 대한 선별적 무상급식 주장에 박 시장이 답을 해야 한다. 그 적기는 지금이다.
무상급식 논란의 근원은 바로 서울시에서 촉발됐기 때문에 박 시장은 말해야 한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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