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기업수사 칼날 비틀진 말아야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29 17:25

수정 2015.03.29 17:25

[데스크 칼럼] 기업수사 칼날 비틀진 말아야

포스코, 경남기업, 동국제강을 필두로 한 대기업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경제계의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건설업계는 수년간 극심한 침체기를 거쳐 이제 막 회생의 걸음마를 내딛는 시점에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과 비리 혐의가 포착된 기업 대상 수사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오히려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부패로 인한 국민 다수, 국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 장려하고 응원해줘야 마땅하다. 그게 사정기관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분히 의도가 의심되는 수사, 몰아붙이기 내지는 보여주기식 수사는 경계해야 한다.
지난 20일 국무총리실 주재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 회의를 전후로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설이 나돌았다.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제1 목표로 정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활동을 돕는 데 매진하던 정부가 돌연 사정 관련기관을 총동원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대상은 현재 드러나는 것처럼 대기업이고 배후에는 대부분 한물 간 유력 정치인 연루설이 그럴싸하게 떠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수사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사만 하고 있었고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리첩보를 수집, 내사를 진행했다는 취지다. 따라서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첨단범죄수사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등 부정부패 수사 부서가 총망라된 전면전은 상당량의 자료 및 단서를 확보해놓고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적 기업 풍토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횡령·배임에서 대개의 기업이 자유롭지 못해 어떤 기업이 타깃이 될지,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격으로 검찰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드시 응하도록 한 '의무 고발요청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검찰이 SK건설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 혐의에 고발요청권을 행사,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적용, 고발하지 않은 업체도 필요하면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건설업계 전반이 사정권에 들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불투명한 내외 경제 환경에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사정의 칼날은 심리적인 위축을 불러오고 결국 초이노믹스로 대변되는 경제활력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은 지난해(12만9989명)보다 6.3% 줄어든 12만1801명으로 예상(전국경제인연합회)되고 중소기업 2908개사 대상 4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 조사 결과 3월 전망치보다 1.2포인트 하락한 91.6을 기록(중소기업중앙회)하는 등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따라서 검찰 등 사정기관은 증거에 입각, 정교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도, 일자리 창출도, 왕성한 경제활동도 사정수사의 칼날 위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조직 전체의 역량을 모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의 관계기관 회의 '성과' 언급이 외통수 수사, 곁가지 수사, 압박용 계좌추적, 반복적 압수수색 등을 통한 기관 간 성과 올리기 경쟁으로 연결돼서는 곤란하다.
찔러야 할 칼을 비틀지는 말아야 한다.

doo@fnnews.com 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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