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4·29 재·보궐 선거 격전지를 가다] (2) 서울 관악 을, 분열된 야권 텃밭… 주민들 반응 엇갈려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2 17:37

수정 2015.04.02 21:48

"너무 왔다갔다 해서 좀" 정동영에 부정적 소리도
"통진당 사태로 등돌려" 오신환 후보 유리 진단



[4·29 재·보궐 선거 격전지를 가다] (2) 서울 관악 을, 분열된 야권 텃밭… 주민들 반응 엇갈려

야권 대결로 전국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서울 관악을의 경우 잇달아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와 달리 바닥 민심은 여야 후보가 박빙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통상 재·보궐선거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조직력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야권 조직이 나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비상이 걸린 쪽은 단연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다. 1988년부터 한 차례도 보수진영 후보에게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 무난한 승리를 기대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의 갑작스런 출마로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의 출마를 의식한듯 정 후보는 2일 지원유세를 나온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에게 "정 전 의원이 (후보로) 나왔다는 것에 사람들이 '왜 나오느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 의원의 동행유세는 이번 관악을 선거가 자칫 친노(親盧·친노무현) 대 비노(非盧·비노무현)간 대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이 친노에 대한 반감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안 의원은 "여기서 하숙을 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곳이긴 한데 그동안 많이 변했다"며 정 후보와 함께 신림역 인근을 돌았다.

정동영 전 의원의 인지도가 워낙 높은 탓에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 지지율이 높게 나오지만 유권자들은 의외로 시큰둥했다. 난곡사거리에서 만난 70대 여성 오 모씨는 "정 전 의원은 너무 왔다갔다 해서 좀 그렇다"고 말했고 새정치연합 당원이라 밝힌 백이현씨(67)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라도를 너무 배척해서 정 후보도 싫긴 하지만 정 전 의원 때문에 정 후보가 떨어질까 불안하다"고 했다. 정갑석씨(58)는 "정 전 의원이 처음으로 이 지역에 나온 것이었으면 사람들이 호응해줬겠지만 필요할 때마다 옮겨다니니 (그렇지 않은 것)"라며 "상가를 돌아다니면 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속속 나왔다. 신림중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남성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에게서) 돌아섰다. 그래서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기사 김만권씨도 "정 후보가 이곳 토박이긴 하지만 정 전 의원이 나오는바람에 오 후보가 유리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수면위로 드러난 관악을 야권 조직은 확연히 갈렸다. 당 관계자는 "밑바닥 민심을 보긴 해야겠지만 일단 호남향우회가 정 전 의원을 밀겠다 하고 (경선에서 떨어진) 김희철 전 의원쪽도 전혀 도와주고 있지 않다"면서 "반면 오 후보쪽은 조직을 온전히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신림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이 똘똘 뭉친 덕에 그동안 야권 후보가 이길 수 있던 것"이라며 "이번에 정 전 의원이 출마하고 이상규 전 의원도 직전 지역구 주인으로서 최소 5%는 가져갈 것이며 정의당·노동당 후보들도 모두 관악구의원 출신들이라 3%씩만 먹는다고 계산하면 정 후보가 이길리 만무하다"고 판단했다.

관악을에서 오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야권 관계자는 "오 후보가 서울시의원을 역임하고 19대 총선에도 출마하면서 토박이인 정 후보 못지 않게 인지도를 꽤 높였다"고 했다. 총선에서 패할 때 득표율 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당시 오 후보는 이상규 전 의원보다 4.9%포인트 낮은 33.3%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이는 현재 각종 지지율 조사에도 이어지고 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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