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염주영 칼럼] 전쟁에 한 발 더 다가간 일본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09 17:08

수정 2015.04.09 17:10

[염주영 칼럼] 전쟁에 한 발 더 다가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가르칠 예정이다. 아베 정부가 이렇게 가르치라고 역사 교과서를 고쳤다.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이 학생이다. 일본의 미래세대가 자라면 '일본 땅'을 찾겠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 외무성은 2015년 외교청서에서 우리나라와는 '기본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뺐다. '기본가치'는 자유, 민주, 인권, 평화를 의미한다.
한국과는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겠다? 우리는 또 한 번의 침략을 머리에 담아둬야 할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월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참배했다. 메르켈은 그곳에서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이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선조들의 잔혹한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뉘우쳤다. 독일은 인접국과 화해를 통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올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라고 한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독일의 지도자는 전쟁 희생자들의 고난이 서린 곳을 찾아가 사죄하는데 일본의 지도자는 전쟁 범죄자의 영혼 앞에 나가 숭배의 예를 갖추겠다고 한다. 두 나라는 과거 같은 전범국이었지만 70년이 흐른 지금은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9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선다. 진주만을 공격한 침략국 일본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자리다. 올 8월에는 종전 70주년 담화도 발표한다. 연설문과 담화문에 담을 과거사 사과와 관련해 그는 매우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지만 표현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 일본의 양식 있는 지식인들과 미국 정부까지 나서 무라야마 담화에 사용된 문구를 그대로 계승하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들을지는 미지수다.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개인 차원의 인신매매 행위로 얼버무리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한다.

아베 정부는 평화헌법도 버리겠다고 한다. 일본이 전쟁에 지고도 단죄를 상당 부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는 평화헌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평화헌법을 버린다면 누군가는 다시 단죄를 받아야 마땅하다. 침략의 과거를 부정하고 전쟁할 권리를 되찾은 연후에 군대를 재무장한 미래의 일본이 어디로 갈 것인가.

독일의 정치지도자들은 인접국들과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역사를 지우고 선배 정치인들이 했던 사죄를 거둬들이기에 바쁘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의 친구가 되기를 원하며 아픈 과거 때문에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일본은 한국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일본이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면 독도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아직은 국제사법재판소를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혐한론을 보면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일본의 미래세대가 어른이 됐을 때 군함을 몰고 독도 앞바다에 몰려오는 상상을 해본다. 그들이 '불법 점유' 상태인 독도를 내놓으라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부터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일본은 지금 평화의 깃발을 내리고 전쟁의 깃발로 바꿔 다는 중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