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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 경제, 실패에서 배우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0 17:35

수정 2015.04.10 20:19

[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 경제, 실패에서 배우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개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2015년 계획안은 경제성장률 7%의 '뉴노멀'로 중국이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낮은 성장으로의 이동은 심각한 도전이지만 중국이 장기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기회로 인식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외부 환경 악화와 국내 구조조정에 따른 역풍에도 구조개혁을 지속하겠다는 강한 결의가 반영된 것으로 분명한 장기계획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진로에 모두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베테랑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버그는 최근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정치체계 문제가 2013년 발표된 야심찬 경제개혁 방안을 실행하는 정부 능력을 심각히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정치 개발이 위험에 빠졌다는 주장은 모든 경제·외교·군사·사회 정책의 토대가 된 중국의 적응적 학습 과정을 무시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험과 평가, 그리고 조정으로 특정되는 이 과정은 1930년대 중국공산당의 군사적 경험에서 비롯돼 198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에 적용됐고, 이후 중국 지도자들에 의해 다듬어졌다. 그 어떤 경제도 그처럼 대규모이면서 급속한 성장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개발을 관리하는 유일한 길은 덩의 지적처럼 "돌을 느끼면서(느낌으로 강 바닥을 예측하면서)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중국의 적응적 정책결정 접근은 모든 시장이 막혀버리는 엄청난 실패와 국가 전체에 적용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낸 엄청난 성공 모두를 거뒀다. 일부 실험은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가 덜 분명한 반면 초과 생산능력, 오염, 부패, 유령도시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이 같은 의도되지 않은 결과는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한 이 문제들이 재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뉴노멀'을 지속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것 이상의 정책으로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혁은 차별금지, 환경 지속가능성 개선, 혁신 배양,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택하고 있는 바로 그 4가지 접근법이다.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석탄 소비 감축부터 정보기술(IT)과 제조업 통합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는 노력과 개혁의지를 보여줬다. 또 여전히 공직부패 발본색원에 천착함으로써 중국의 성공에 필요한 대응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줬다.

중국 관료주의는 기술과 세계화에 따르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또 이로부터 이득을 얻기 위해, 혁명적인 적응을 필요로 한다. 최대 난제는 지식기반, 환경에 대한 인식, 안정적인 산업기반으로 이동하는데 수반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 민간부문 허가와 규제 등을 완화함으로써 시장의 힘이 경제활동을 통제하는 더 큰 힘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힘은 가계 지출여력이 높아지면 더 커질 것이다. 사실 지속적인 실질 임금 상승은 값싼 노동에만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한편 잠재력이 점점 커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생산자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중국은 기업공개(IPO)를 비효율적인 승인 체계에서 등록체제로 개혁 중이다. 더 활발하고 효율적인 IPO 시장은 기업들이 은행 중개 없이 자금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이는 기업이 부채를 털어내는데 핵심적이다.

실제로 은행 역할 축소는 중국 경제 균형에 필수적이다. 최근 반등에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GDP의 40%에 불과한 반면 은행 자산은 266%에 이른다. 사회 전체 자금 수요의 10%만이 주식시장을 통해 충족된다.

그렇지만 정부의 2015 개혁 어젠다는 중요한 항목을 하나 빼먹었다. 실패한 채무자에 대한 파산절차 개선이다. 실패한 채무자와 프로젝트가 신속하고 부드럽게 시스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시장은 악성부채와 미완성 프로젝트를 깔고 앉을 수밖에 없고, 성과 역시 저하된다.

중국은 거듭 내구력과 적응력을 증명해보였다. 이번에는 '뉴노멀'을 가능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포괄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제도적 기초를 강화하고 명확하고 투명한 규정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직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자 노력하는 경우에만 그렇다.
다행히도 중국 지도부는 바로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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