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전통공예품의 조달

"가장 한국적인 것이 최고로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말처럼 진정한 독창성은 우리 고유의 멋과 문화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드라마 '대장금'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역사 소재나 국악 장단 등 전통문화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문화는 디자인과 패션 분야 상품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조산업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선진국들도 전통문화의 세계화와 산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웃 일본은 정밀한 제품에 전통문화를 접목해 새로운 브랜드 창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독일도 전문 소매상,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점, 도매상, 통신판매 등 다양한 유통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공예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전통공예 종사자들은 영세한 사업환경으로 인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공예 산업에 종사하는 업체 수는 8000여개, 종사자 수는 4만여명이다. 이 중 94.9%가 개인사업자로 가내수공업 수준이고, 개인적인 채널에 의존한 유통 등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통공예산업의 1인당 매출도 연간 6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조달청까지 나서게 됐다. 조달청은 지난 1999년부터 무형문화재와 같은 장인들이 전통문화 전승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통공예품을 정부조달물자로 지정해서 공공기관이 기념품, 선물 등 각종 용도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정부조달문화상품 전시 판매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공모전이나 지역순회 전시회 등을 통해 우수한 전통공예품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예산 등의 제약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 현재 70명의 장인이 제작한 1215개의 공예품이 등록돼 있지만, 연간 매출액이 25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전통공예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우리의 노력에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달청이 왜 자기 고유업무도 아닌데 이런 일에 뛰어드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한때 조달청이 주도적으로 전통상품의 해외전시회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우리의 전통공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판로가 중요한데 이 분야에는 조달청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할 때 여러 공공기관의 협력이 절실하다. 쥐를 잡는데 흰 고양이냐, 검은 고양이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우선 전통공예산업을 창조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예산 배분, 부처 간 협업 등 범정부지원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거대담론'보다 '조그만 것'이라도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예인들은 바쁘고 자기 기능을 닦느라 행정적 업무를 잘 모른다. 전통공예인들을 지원하고 소통하기 위한 전담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매년 우수조달물품을 전시하는 나라장터 엑스포 개최 시 전통공예품 부스를 확대 설치해야겠다. 올해 나라장터 엑스포에서는 전통공예품 전시부스를 늘렸고 참여업체도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상품전시회를 축제처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접목할 필요가 있고, 전시회야말로 융합이 요청되는 분야라 생각된다. 따라서 조달상품 해외전시회에 전통문화상품을 함께 전시하는 것도 고려해야겠다.

다음으로 중앙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겠다. 각 기관의 홍보용품과 외국 방문 선물로 전통공예품을 구매해 '한류'를 확산시켜야 한다. 공공기관과 전통문화상품협회가 적극적으로 판로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달청은 최근 도로공사와 전통문화상품 구매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해외 방문 선물로 전통공예품을 좀 더 많이 구매해 주었으면 한다.

2017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무려 1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통공예품이 한류를 이끌고 창조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페달을 밟아야 할 시점이다.

김상규 조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