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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대학로까지 파고든 '불통 행정'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3 17:40

수정 2015.04.13 17:40

[현장클릭] 대학로까지 파고든 '불통 행정'

"연극인들을 철거민 취급하고 있다. 말로만 문화를 강조하고 겉과 속이 다른 정부의 행태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3일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갑작스러운 극장 폐쇄조치와 관련해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행위는 이날 예술위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반복되는 '파행 행정'을 규탄하며 이들을 상대로 "재산상·정신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과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폐쇄조치의 정당성을 묻는 감사청구도 진행한다. 박장렬 집행위원장은 "집행위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죄송스럽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무엇이 이들을 행동하게 만들었나.

집행위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문제로 한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예술위가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대관을 승인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지난 3일 또다시 문제가 터졌다. 서울연극제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연예술센터가 다음달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폐쇄를 통보한 것.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중대한 이상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이때문에 이 기간 공연이 예정됐던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3편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연극제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연예술센터가 제시한 대체 극장은 모두 소극장으로 공연일정도 맞지 않았다. 결국 집행위는 대체 극장을 비롯해 예술위 소속 극장을 전면 보이콧하고 자체적으로 소극장을 대관하기로 했다. 어차피 소극장일 바에야 예술위가 제공하는 극장에선 공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극장 구동부 모터 제조사인 이탈리아 MGM사에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모터 2개의 결함이 극장 폐관에 중대한 이유가 되는지 등 "의심스러운 부분"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연극인들이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유관 단체장들의 태도다.

박 위원장은 "가슴 아픈 건 지난해부터 논란이 계속됐지만 그 누구도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문만 오고갔을 뿐"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극장의 안전 문제는 통감하지만 고소 취하 이후에도 대관 계약을 미루고 결국 연극제 개막 하루 전날 극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통이 되지 않으니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이번 극장 폐쇄조치가 지난 고소 건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최하는 '2015 예술인일자리박람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예술인들에게 예술활동과 병행할 수 있는 부업을 연계해주겠다는 취지다.


임선빈 사무국장은 "대학로로 출근했는데 일터인 극장이 폐쇄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한편에선 알바해서 돈을 벌라고 한다"며 "이게 대학로의 현실이고 한국 연극인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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