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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500' 박스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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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된 한 상장사의 전 회장이 광동제약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고인이 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이야기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광동제약의 주가가 장중 7% 넘게 올랐다. 성 전 회장이 지난 2013년 4.24 재보선을 앞두고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현금을 담은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주가 상승의 빌미로 작용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날 경남기업은 상장폐지됐다.

이날 광동제약의 주가급등은 한국 정치와 주식시장의 후진적인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 줬다. 이날 '비타500' 보도를 접한 A교수는 "사과박스가 작아졌다"고 냉소했다. 만약 전처럼 사과박스에 돈을 전달했다면 사과 재배기업의 주가가 올랐을까. 이러다 주가를 부양할 의지가 있는 상장사가 회사 로고를 넣은 빈박스를 국회로 보내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이번 건에 비하면 간통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콘돔 제조업체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선 온 국민의 시선이 모두 이번 정치 스캔들에 쏠려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15년 가까이 홍보업무를 전담한 B씨는 "총리가 목숨을 걸었던 돈 받은 증거로 '비타500' 박스가 떠올랐고 이로 인해 '비타500'이 대한민국 전 언론매체를 뒤덮었는데, 아무리 숙성된 브랜드라도 가치가 좀 오르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과연 이날 '비타500'이 평소보다 더 팔렸을까, 앞으로 '비타500'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까. 증권가를 출입하면서 가치투자니 모멘텀투자니 하는 각종 투자방법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사례는 어떤 투자철학에도 부합하질 않는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투기세력이 득실거린다는 점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