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AIIB 창립회원국, 한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6 17:22

수정 2015.04.16 17:22

[여의나루] AIIB 창립회원국, 한국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아시아 국가의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목표로 하는 중국 중심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자본금 규모는 500억달러로 출범해 1000억달러 선까지 늘릴 계획으로 2015년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AIIB 설립으로 미국은 1966년 일본과 함께 창설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역할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유럽과 주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만들어진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동맹국들에 가입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가까운 동맹국 영국까지 가입 의사를 선언하는 등 점차 참여국이 늘고 있다.

국제금융계는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가 AIIB 설립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IMF와 WB에서 투표권이 3.8%와 5.2%에 그치는 중국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반면에 미국은 16.8%와 16%에 이른다. ADB에서도 중국은 6.5%에 그쳐 미국(15.6%)과 일본(15.7%)에 비하면 턱없이 밀린다.

AIIB 참여를 저울질하던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하순 참여 입장을 중국정부에 통보했고 4월 12일 공식적으로 창립회원국이 됐다.

중국은 AIIB 설립과 함께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복원사업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의 구상을 밝혔다. 이 지역 인프라 투자수요만 해도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약 8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건설, 전력, 통신 등 대형 인프라 시장이 창출된다. 이 부문에 높은 경쟁력과 실적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로, 진출 활로를 열어줘야 하는 정부로서는 AIIB 가입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회원국이 된 우리에게 많은 과제가 있다. 가입 의사를 밝힌 57개국 모두가 자국에 유리하도록 지분율과 운영방식 등 지배구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IB 규정을 보면 역내 아시아 국가가 75%의 지분을 갖고 역외 국가는 25%를 갖게 돼 있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의 지분배분 확대 요구 가능성이 커졌다.

AIIB 가입에 부정적인 미국은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통해 '협력'을 명분으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를 했고, 예상보다도 많은 국가가 AIIB에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지분은 당초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AIIB 내에서 역내 3대 경제국에 걸맞은 위상 확보를 위해 치밀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많은 지분(투표권)을 확보해야 하고, 실제 투자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중요 자리에 우리 인사를 보내야 한다. 또한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에 필요한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을 접목시켜 협력하는 방안의 제시도 우리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의 AIIB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에게 AIIB는 향후 북한의 개발 등을 감안할 때 전략적 가치가 크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을 관리하고 북한을 개방된 글로벌 경제체제로 끌어내기 위한 매개로 AIIB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일련의 AIIB 창립 과정에서 보듯이 국제 금융질서가 그동안의 '브레턴우즈 체제'의 미국, 유럽 등 서방 중심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금융질서 속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 국익을 확보하는 데 더욱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