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란, 분쟁·테러 넘어선 '기회의 땅'

서구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역시 몇 발짝 빨랐다.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은 12년째 이어졌고 심지어 마감시한을 이틀이나 넘긴 후 타결됐다. 최종타결도 아니다. 정치적 합의만했다. 기술적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주목할 부분은 협상이 지루하게 이어진 와중에도 주요 6개국을 포함한 각국 투자자들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진작 입성했다는 점이다. CNN 등이 보도하고 있는 중동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중동의 이미지는 옛 소련제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이슬람 전사들이 전투를 위해 터번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지프로 사막을 이동하는 '분쟁과 테러'다. 투자와는 거리가 먼 세상이다.

하지만 서구언론은 "테헤란의 서방식 비즈니스호텔은 이미 만원"이라고 전했다. 모래바람 속 돈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란과 주요 6개국의 핵 협상 최종 타결 여부는 차치한다고 해도 이란은 기회의 땅이다. 터키의 소비 잠재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러시아의 천연가스, 호주의 천연자원을 모두 갖췄다는 극찬이 있을 정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이란을 차기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꼽았다.

투자자들의 테헤란 입성시기는 핵협상의 성공적 타결 가능성이 무르익었던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투자자본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 영국 '런던 시티' 등의 투자 전문가들은 테헤란을 방문했다. '그들만의 리그'여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만난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해 9월 업무협의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을 때 서방투자자들의 발길이 올해(2014년) 초부터 빈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몰랐지만 20여년 이상 경제제재를 해 왔던 당사국들은 협상타결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가 협상타결의 원인이다. 중동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게 핵심이다. 중국과 이란이 묶이는 최악의 상황을 미국은 어떻게든 막는 게 미국 전략의 핵심이다. 이란과 이슬람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랜 동맹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핵 개발 중단과 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합의를 내놓은 이유다.

사실 이란에 대한 우리나라의 접근은 늦었다. 정보의 한계에다 기업들에 대한 외교적 지원 또한 미미하다. 중국은 이란 아살루예와 파키스탄 과다르, 나와브샤를 연결하는 700㎞의 송유관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파키스탄 항구인 과다르를 통해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한국의 조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방국가의 대이란 경제제재에도 무역결제계좌를 열어뒀고 이란산 석유를 꾸준히 수입했다. 지난해 이란산 석유수입액은 제재로 2011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지만 5조원에 달한다. 이란 석유 수출 자금 3조원가량은 이란으로의 송금이 불가능해 우리·기업은행에 쌓여있다. 이란 국부펀드 성격을 띤 한국 투자 대기자금이다.

한국과 이란의 인연도 깊다. 한 세대 전 2만여명이 이란 건설 현장을 누볐다. 40여년 전 양국 수도에 테헤란로와 서울로를 교차조성했다.

건설·플랜트, 정유·석유화학 업종 등은 역량도 있다. 한국 기업들의 출발은 늦었지만 적극적 행보가 시급하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같은 번성을 이란에서 다시 보여주는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