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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거꾸로 가는 증시와 성장률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7 18:16

수정 2015.04.17 20:35

최근 중국의 가장 뜨거운 뉴스(핫뉴스)는 7년여 만에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증시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성장률이다.

중국 특파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도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제가 둔화되는데 왜 증시가 연일 급등하느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증시도 하락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시장 전문가들과 외신 기자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맞추기 위해 7.0%로 끼워 맞춘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올 들어 중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1·4분기 성장률을 6.85%, 자오퉁 은행도 6.9%로 전망하는 등 6%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1·4분기 주요 경기지표도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기업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4%에서 6.8%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6.3%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1·4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15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24% 급락했지만 하루 만인 16일 전날보다 2.71% 급등한 4194.82로 마감했으며 17일에는 장중 4292.15를 기록하며 4300선도 돌파했다.

지난 10일 상하이지수가 7년1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4000선을 돌파한 후 일주일 만이다.

특히 중국 증권감독당국의 투자위험 경고에도 증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샤오강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잘못 살지언정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관점은 옳지 않다"며 "투자 위험을 고려하고 무작정 추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중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에 편승해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아 '묻지마식 투자'에 몰리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톡톡히 재미를 봤던 부동산시장이 각종 부양책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성장률 둔화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소비도 줄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개미' 출연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 증권등기결산유한공사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A주(내국인 전용) 가치가 1000만위안(약 17억5000만원)이 넘는 개인투자가 5만9000명으로 반년 만에 2배로 늘었고 이 중 자산 가치가 억 위안대를 넘는 투자자는 3456명으로 전달에 비해 472명이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비록 과열 기미가 있지만 증시가 61% 폭락한 지난 2007년에 비해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고 정치·사회적 안정, 서비스산업 발전과 실질적 구매력 증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잇따른 정책성 호재 등으로 체질이 강화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관론자 중 한 명인 제임스 매킨토시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중국 증시에 거품 징후가 농후하다"며 "폭락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상하이 증시 종목의 약 3분의 1, 선전 증시 종목의 절반 정도의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 이상으로 뛴 것을 근거로 들었다.

PER는 평균 10~12배가 정상적인 수준인데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증시 거품이 꺼진 뒤에야 비로소 '버블'이라는 것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위험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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