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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새 경제학이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0 17:34

수정 2015.04.20 17:34

[fn논단] 새 경제학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조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12년 2.3%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이래 2.9%→3.3%→3.1%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조경제, 구조개혁,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경기부양을 위한 46조원 패키지 등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다. 물론 경제가 부진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장기적 저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설득력 있는 설명도,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저성장 현상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3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인구감소에 의한 노동력 공급 위축이 저성장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30년간 저성장의 원인은 증대하는 불평등 때문이며, 불평등의 심화로 하위계층 자녀들의 교육기회가 제약을 받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인구를 증가시키고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이미 알려진 방안만 피상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필자는 1936년에 출판된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다시 읽었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케인스의 이론이 잘 소개되어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케인스가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직접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케인스는 위대한 사상가였다.

공황극복을 위해 케인스는 소득재분배와 정부지출의 확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에 있어 소득재분배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개념이다. 좌파는 큰 정부를 지지하기 때문에 정부지출 확대를 부르짖을 뿐 소득재분배에 무관심하고, 우파는 소득재분배를 가장 경멸적인 언어라고 생각한다. 소득재분배는 빈곤층을 영원히 예속 상태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재분배는 경제학자들의 금기어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는 내수부진이다. 내수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케인스는 생각했다. 소득재분배를 하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하위계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내수부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케인스가 생각한 소득재분배가 아닐까.

또 다른 문제를 생각해 보자. 그동안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공급의 방법은 중앙은행이 먼저 은행에 돈을 공급하고, 다음에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드러난 것은 이 방법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가 돈 쓰는 방법은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대부분 정부 조직의 유지를 위해 돈이 쓰일 뿐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이나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야 내수부진에 의한 경기부진을 타개할 수 있다. 새 경제학이 필요하다.
새 경제학만이 정치를 움직일 수 있다.

김의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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