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뭉친다고 항상 강해지나

뭉치면 강해진다는 말이 항상 옳을 수 있을까. 정답은 '노'다. 합당한 명분이 없으면 뭉쳐도 강해질 수 없다. 세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여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여론은 명분을 담보로 얻어진다.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명분 없이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없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물리력은 행할수록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이는 이익단체 간의 정치적 싸움이든지, 국가 간 존망을 다투는 전쟁에까지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총파업을 예고했던 민주노총이 위기에 처했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공식 소식지를 통해 '억지 파업'이라는 표현으로 어퍼컷을 날렸다. 조합원 2만4000명을 둔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총파업을 반대할 경우 24일 총파업을 공언한 민주노총은 적잖은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일까. 혹자는 이 상황을 두고 이렇게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내수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을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곰곰 따져보면 이런 평가도 절반쯤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 참여를 꺼리는 건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임단협과는 직접적 거리가 멀고 '노동법 개혁 저지'라는 이슈와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당분간 정치권은 '성완종 사태'로 노동법에 신경쓸 틈이 거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상급단체인 민노총에 동력을 보태는 행위 자체가 '마이너스'라고 본 것이다.

최근 악화된 현대·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역시 무시 못할 상황이다. 수입차들의 고속질주로 국내 업체들이 내수 점유율을 위협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수입차들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현대·기아차는 점유율 60%대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70%대 방어벽이 깨진 것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그만큼 약진했으면 좋으련만 줄어든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사실상 수입차 업체들이 가져갔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의 점유율은 머물러 있거나 전년 대비 1~2%포인트 소폭 증가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은 늘었지만 전체 시장이 커졌으니 고무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이 총파업 동참을 요구했으니 현대차 노조로선 상급단체라고 마냥 보조를 맞추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사문화가 더욱 성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ksh@fnnews.com 김성환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