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산업에 시장과 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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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통신산업을 출입처로 받은 지 한달 남짓 된 신출내기다. 짧은 기간이지만 기자로서 통신산업에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머리에 깊이 박혔다.

통신산업은 시장이라는 게 있을까. 통신산업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새 출입처를 배정받은 직후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의 통신요금 할인폭을 기존 12%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들었다. 헷갈렸다. 요금인하 폭을 정부가 발표하는 게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 맞는 방식인가?

취재를 하면서는 점점 더 헷갈리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의 결합상품 요금에 대한 규제정책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요금할인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가지고 마케팅을 할까.

최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위해 기본료 폐지 등 충격적인 요법도 포함해서 중장기적인 과제를 연구해 올 상반기 내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겠다며 1만원 안팎의 기본요금을 폐지하고 정부가 이용약관 변경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통신 담당 기자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왜 소비자단체들이 정부를 향해 통신요금을 깎아달라고 하는지…. 최근에야 깨달았다. 통신산업의 서비스요금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통신회사는 요금 자체도 정부에 의해 결정당하고, 할인폭·이용약관 모두 법이나 정책이 결정하는 것이다.

결국 통신산업에 시장과 기업은 허울뿐이었다. "이래서 통신산업을 '규제 백화점'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적어도 통신산업에서 통신기업은 스스로 자신의 서비스요금도 결정할 수 없고 마케팅 방식도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방식이 타당한지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자본주의 시장 경쟁체제라는 것이 결국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혜택도 높아지도록 하는 구조 아니던가?

정부의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과 기업의 역할은 줄어드는 게 자본주의 경쟁체제의 섭리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국가라고 장담하는 우리나라에서 자기 서비스요금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통신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진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