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무상보육 지방채 발행, 재정파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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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허물면 안돼.. 땜질보다 근본 처방 필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28일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필요한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채 발행 규모는 1조원이며 오는 2017년까지 한시법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보육비 예산이 바닥나는 사태는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강원도와 전북도는 이달 누리과정(3~5세)에 대한 예산지원금이 처음으로 중단됐다. 다음달부터는 인천과 경기, 충북 등도 지원금이 끊기거나 한달짜리 땜질 예산에 의존해야 할 판이었다. 지원금을 못 받은 어린이집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최악의 사태를 막은 것은 일단 다행이다. 그러나 빚 내서 복지파티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는 단발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201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넘긴 것이 발단이 됐다. 재정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 없이 복지공약을 남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방재정법 개정은 그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원한 무리수다. 2017년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어서 여전히 땜질 처방이기는 마찬가지다.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므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국가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을 허물어선 안 된다. 그 원칙은 능력의 범위 안에서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빚 내서 복지파티를 하는 것은 이를 훼손하는 것이다. 한 번 발을 잘못 들이면 재정파탄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게다가 최근 재정여건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이다. 복지수요는 늘어나는데 장기불황으로 재정수입은 여의치 못해 수년째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서라도 복지파티를 열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자 무책임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무상보육 정책은 이미 너무 꼬여버렸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에 자를 건 잘랐어야 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포함해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복지 전반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각종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복지공약 남발을 막아야 한다.
사탕발림이나 감당 안 되는 날림복지와 정말 필요한 복지를 구분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매우 어려운 과제다.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