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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저금리 시대, 은행도 먹고살게 해줘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9 16:30

수정 2015.04.29 16:30

예대금리차 쪼그라들어.. 수수료율 자율에 맡겨야

은행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 주 수입원인 예대 금리차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평균 예금금리는 1.92%를 기록했다. 예금금리가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이다. 3월 중 대출금리는 3.61%로 낮아졌다. 역시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로써 예대마진은 1.69%포인트로 쫄아들었다.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렇게 된 원인은 뻔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낮춘 영향이 가장 컸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안심전환대출의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연 2% 중반대의 주택담보 대출상품을 내놨다. 안심대출은 인기리에 34조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용객은 35만명에 이른다. 덩달아 다른 대출상품들도 금리가 떨어졌다.

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은행 수수료율 체계를 뜯어고쳤다. 고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 결과 예컨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경우 은행들은 해마다 대당 100만원 넘는 돈을 손해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은행들이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집권 새누리당마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인하하라고 압박한다.

박병원 경총 회장(전 은행연합회장)은 얼마전 한 신문 기고에서 "2007년 15조원의 순이익을 내던 은행이 작년(2014년)에는 6조원밖에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말처럼 한국 금융은 뭔가 단단히 고장이 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목표치 10%는커녕 5%대로 주저앉았다. 일자리 창출 능력도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자. 금융이 이렇게 된 게 모조리 보신주의에 젖은 은행 탓일까. 혹시 다른 원인은 없을까. 안심대출만 해도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대가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시장 자율에 맡겨도 좋을 수수료율을 감 놔라 배 놔라 한 것도 정부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5%를 밑돌면 어떤 은행도 과감한 경영전략을 펴기 힘들다. ROE는 밑천을 얼마나 들여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태생적으로 은행은 공공성을 띤다. 하지만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수익성과 직결되는 수수료·금리·배당 등에 대해 "자율성의 원칙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들도 수차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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