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민연금운용 공사화 벌써 삐걱대나

보사연 토론회 돌연 연기.. 네번째 도전 성과 있어야
정부가 국민연금 500조원에 걸맞은 기금 운용체계를 갖추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5월 22일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이 결과를 넘겨받아 하반기 중 정부안을 확정한 뒤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은 기금을 효율적으로 굴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개편해 복지부 산하에 둔다. 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별도의 사무국을 갖춘 상설기구로 만드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국민연금심의위, 기금투자정책은 기금운용위, 실제 기금투자는 기금운용공사가 각각 담당하도록 한다는 거다.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에서 기금운용공사의 독립성 확보는 핵심이다. 그런데 연금공단에서 떼어낸 공사를 같은 복지부 산하 조직으로 두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금공단과 기금운용공사를 복지부가 맡으면 오히려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예 객관성이 보장되는 총리실 직속으로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법으로 정치적 개입소지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국민의 쌈짓돈을 모은 국민연금이 자칫 정책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500조원을 넘는다. 이후로도 가파르게 늘어 2030년엔 1730조원에 이르고 2043년에는 2561조원으로 정점에 달한다. 그런데 기금 운용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안전자산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보수적인 운용으로 작년 수익률이 4.2%에 그쳤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203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60년엔 완전히 고갈된다.

단순히 쌓인 기금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 되니 잘 굴려서 수익을 높여야 기금 고갈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 시기가 8년 정도 늦춰진다고 한다. 따라서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은 해묵은 과제다. 이번이 네번째 시도다. 2003년과 2007년, 2012년에 각각 추진됐지만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번번이 개편이 무산됐다. 개편 방안도 그때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논란이 많고 이번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벌써부터 정부 부처 간 의견차이로 토론회 날짜가 당초 30일에서 5월 22일로 돌연 연기됐다.

가입자가 2100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는 복지안전판이다. 그래서 관리와 운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나 정책수단으로 악용하기 위한 개편이어선 더더욱 안 된다. 더 이상 미뤄져서도 안 된다. 국민연금 운용체계 개편은 주인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