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남미 순방의 의미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동북아지역, 소위 '4대국 외교'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구석구석이 서로 연결된 오늘날,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활동무대는 이미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 15위권 경제의 글로벌 중견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외교도 그만큼 넓은 시야와 안목이 필요하게 됐다.

지난 2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동북아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 중앙아시아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것은 이러한 시야와 안목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올해도 중동 4개국 순방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에 불을 지폈고, 최근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4개국 순방으로 우리의 경제활동 지평을 지구 반대편 중남미까지 넓히게 됐다.

중남미는 저개발.빈곤.내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면서 최근 10년간 연평균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우리 무역흑자액의 37%에 해당하는 176억달러가 중남미에서 나올 정도로 우리 경제에는 숨은 효자이기도 하다. 총인구 6억명, 국내총생산(GDP) 6조달러에 막대한 전략적 자원까지 갖춘 이 지역을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앞다투어 방문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순방은 우리만의 특장점을 살린 차별화된 접근으로 중남미 진출 확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먼저 지경학(地經學)적으로 볼 때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허브국가라는 우리 위상을 활용해 중남미 자유무역 벨트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콜롬비아, 페루, 칠레가 포함된 '태평양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브라질이 이끄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는 FTA 논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남미지역 양대 권역과의 중층적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이 방산, 보건의료, 신재생에너지, 치안인프라, 극지연구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대되었다. 페루에 국산 전투기 FA-50을 수출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으며,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1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남미 원격진료 시장에의 진출 기반을 마련하였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을 중남미지역으로 확산시켰고, 향후 5년간 연간 3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이번 순방에는 78개의 중소기업을 비롯, 역대 최대인 126명의 경제사절단이 수행해 총 700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끝으로, 중남미와의 인연을 모티브로 '마음과 마음을 잇는 외교'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중남미는 1960년대 이민 동포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범사례이다. 6·25전쟁 당시에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20여개국이 우리를 도와주었고, 지금도 유엔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순방기간 중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워킹홀리데이 협정, 장학생 교류, 교육정보화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중남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칠레의 시인 겸 외교관 미스트랄은 "세계 어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자"고 하였다. 지금 중남미는 진정성을 갖춘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기회의 대륙 중남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우리 외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특히 미개척지일수록 국가원수의 힘이 실린 외교는 더욱 절실하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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