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혼돈의 볼티모어

게 요리로 유명한 미 북동부의 항구도시 볼티모어가 하루아침에 무법천지가 돼버렸다.

메릴랜드주 대도시인 볼티모어에서 한 흑인 청년이 경찰에 구금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폭동이 발생하면서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또 지난해 여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도 그랬지만 파렴치한 폭도들은 사회적인 이슈를 핑계 삼아 약탈과 폭력행위를 마구 범하고 있다.

이들로 인해 볼티모어에서 뿌리를 내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 죄없는 주민들과 상인들이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보았다. 이 중에는 한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볼티모어 지역 한인식품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현재 파악된 피해업소는 무려 40여곳에 달한다.

한인이 운영하는 주류가게 몇 곳은 약탈 및 방화로 내부가 거의 전소되는 피해를 보았고, 한 업주는 폭도들에게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비겁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 폭도들은 업소의 자물쇠를 절단하고 침입한 뒤 술과 식품, 가발, 약품 등 눈에 보이는 물품들을 모조리 약탈해 달아났다. 심지어는 일부 상점 앞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부숴 현금을 훔치기도 했다.

지난 30여년간 볼티모어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한 한인은 "인터넷에 연결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내가 피땀 흘려 일궈온 사업장이 부서지고 물건을 도둑 맞는 장면을 눈물을 머금고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다"며 "폭도들은 어린아이까지 동원해 가족 단위로 가게를 들락거리며 물건을 실어날랐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한인은 "마치 내 인생이 끝나는 것 같은 억울한 심정으로 밤 11시에 차를 몰고 나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지금은 출동할 상황이 안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볼티모어는 이번주 거의 마비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시 전체에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거의 모든 정부기관은 문을 닫았다.

메릴랜드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공립학교들은 휴교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29일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간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경기는 관중들 없이 비공개로 치러지는 진풍경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유튜브에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동영상이 떴다.

이 동영상은 한 흑인 여성이 시위에 참여하며 경찰에게 돌을 던진 10대 아들의 따귀를 때리며 심하게 나무라는 장면이었다.

이 여성은 닌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들에게 "망할놈의 마스크를 벗고 당장 여기서 썩 꺼져라"고 야단치며 아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 여성은 "시위하는 군중을 보다가 그 속에 내 아들의 모습을 보게됐다"며 "순간 아들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며 주위의 카메라나 다른 어떤 것들도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동영상은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받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 미 주요 언론 웹사이트에는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활약상을 칭송하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엄마는 자식들까지 동원해 약탈을 하는 반면, 다른 엄마는 폭력 시위에 가담하려던 아들을 바른길로 이끌었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