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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베이비부머와 노후 준비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1 18:04

수정 2015.05.01 18:04

[여의도에서] 베이비부머와 노후 준비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인 덕수는 넓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다. 덕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덕수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우리나라 성장의 주역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할 것이 없자 해외의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그 돈을 다시 국내로 송금하는 산업역군 중의 역군이 베이비부머들이었다.

베이비부머 얘기를 꺼내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상당수가 은퇴준비가 부족해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총 73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4%를 차지하고 있다. 적지않은 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잘 그려졌듯이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이바지했다. 아울러 1970년대와 80년대 다양한 사회·문화운동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기여해왔다.

존경을 받아야 할 베이비부머들이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현재 걱정이 태산이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부모 봉양과 주택대출금 상환, 자녀 교육과 자녀 결혼자금 등으로 정작 본인의 노후대비를 위한 대책은 세우지 못해서다. 때문에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끼인 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받아도 소득대체율이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베이비부머들이 수령하는 연금액은 경제활동 시기와 비교해 봤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금 소득대체율 평균인 65.9%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과거와 같이 노후를 자녀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의 노후준비도 부족해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12.2%에 불과하다. OECD의 다른 선진국의 사적연금 가입률이 40~50%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도 몇 번의 작업을 통해 수급액이 낮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거리다. 이들에게는 연금뿐 아니라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퇴직 후에도 인생 2막을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최근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의 취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200만명의 고령자들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은퇴자가 겪게 되는 노후의 경제적 문제를 개인과 국가의 연금만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재정적 부담도 함께 경감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베이비부머 세대 등 국민들이 노후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불안한 노후대비 방안을 사적연금 활성화에서 찾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이미 시작됐다. 정년이 55세인 일반 기업에서는 이미 지난 2010년에 시작됐고, 오는 2020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노인세대로 본격 진입하게 된다.

노후준비는 먼 미래가 아니다. 남의 얘기도 아니다.
빈약한 노후준비에 따른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국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 그리고 국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심화되는 고령화와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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