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쌍용차 해고와 외환은행 조기통합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3 17:15

수정 2015.05.03 17:15

[데스크 칼럼] 쌍용차 해고와 외환은행 조기통합

#.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차에 피인수된 쌍용자동차는 차량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2009년 초 또다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급기야 4월에는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 구조조정 계획이 노조에 통보된다. 노조는 무더기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으나 노동자 해고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결국 1666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해 퇴사하고 165명은 정리해고를 당했다. 자살 등으로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쌍용차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지난해 11월 나왔다. 대법원은 해고무효확인 패소판결을 받은 사무직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인원감축을 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인정된다"며 "기업운영에 필요한 인력규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 판단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출자로 외환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2003년에 터진 카드대란과 현대그룹 부실 등이 겹치며 다시 경영난이 심화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렸다.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이 하나은행 측에 매각됐다.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이 문제가 되고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자 매수자인 하나은행 측은 노조가 제시한 외환은행의 5년 독자운영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직전에 합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유예기간이 3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수자 측으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하나은행은 급기야 올해 초 조기통합을 시도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하나금융지주의 일방적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지난 2월 나왔다. 법원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에 따라 하나은행 측의 조기통합 시도는 적어도 6월 30일까지는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2012년 노사 간 체결된 외환은행 5년 독자운영 조건이 유효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쌍용차 해고건에 대해서는 회사측, 외환은행 통합건은 노조측의 손을 들어줬다. 쌍용차는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외환은행은 5년간 독립경영한다는 합의서가 있는 만큼 법원의 판결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 엇갈린 판결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평균 연봉 8000만원인 외환은행의 노조는 기득권을 지켜냈고, 생존 위기에 몰린 쌍용차 해고자들은 결국 일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쌍용차와 외환은행 모두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 근로자들이 누리는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은행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 때문에 누린 반사이익으로 비쳐진다. 그렇지 않다면 외환은행의 오늘이 있었을까.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이 다시 이슈다. 노조는 여전히 5년 유예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이 기득권 지키기로 비쳐지는 한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 노조는 회사 발전에 공동책임이 있다.
조기통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선제적 조치와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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