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업난에 낭만 사라진 대학 캠퍼스

"요즘 대학에서 '낭만'을 얘기하면 돌 맞는다."

최근 만난 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생들의 최대 목적이 '취업'이 되면서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 여행, 연애 등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잔디밭의 캠퍼스 커플을 찾기 힘들고, 대학에서는 취업준비와 학업 등으로 지친 학생들을 위한 '낮잠자기 대회'까지 열어줄 정도다.

이 관계자는 "대학생에게만 허용됐던 일종의 무모한 도전, 사회적 비판의식, 객기 등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입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점관리, 각종 공모전, 토익 등 취업 '레이스'에 들어간다. 그런 애들에게 낭만은 딴 나라 얘기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공모전 포털 '씽굿'과 취업포털 '스카우트'가 올 초 대학생과 직장인 6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키워드 이미지' 조사에서 대학생은 '취업'과 직결됐다.

'대학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71.1%가 '취업'을 택했고, '예비백수'(10%), '88만원 세대'(6.1%)까지 더하면 약 90%가 '대학생=취업'에 동의했다.

'대학생=낭만' 수식은 그야말로 옛말이 된 셈이다.

이 같은 빡빡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동아리'다.

예전에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하나나 둘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해 대학생활을 즐겼다면 이제는 가입하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 30~40년 역사의 동아리들이 문을 닫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대면 활동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 세상에 익숙한 학생들의 성향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지만 대학이 '취업' 최전선이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학가 낭만에 일조를 했던 인문학도 초토화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수천억원을 들여 인문학 대중화에 나서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대학가에서 인문학은 고사 위기다.

본격화된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에 취업률을 넣음으로써 사실상 인문학과 존폐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폐과된 학과 137개 중 인문계열은 29.9%로 사회계열 학과 25.9%를 더하면 50%가 넘는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사라졌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간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취업은 '고시' 수준이 됐다. 비싼 등록금 내고 취업학원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한 대학생의 푸념이 씁쓸하다.

yjjoe@fnnews.com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