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민연금 빼고 공무원연금만 처리하라

연계 고집하면 해법 없어.. 구조개혁 동력도 살려야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6일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내용이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을 국회 규칙의 부칙으로 명기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주요 민생 법안들도 모조리 발이 묶였다. 4월 임시국회는 이처럼 빈손으로 끝났다.

문제 투성이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차라리 잘된 것이라는 반응도 속출했다. 공무원연금 개정 내용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이 막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국민이 많다. 발단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공론화 한번 없이 덜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조정한다고 합의한 것이었다.

현행 국민연금은 '용돈 연금'이라 불리듯 노후 보장 기능이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이만큼 올리려면 향후 70년간 1700조원 가까운 돈이 더 필요하다. 보험료를 왕창 올리는 외에 방법이 없는 데도 여야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지급액을 올려주겠다고만 하니 여론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공무원연금 문제만 다루면 될 실무기구가 2100만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월권행위다. 공무원노조가 개혁을 물타기하기 위해 국민연금 강화를 주장했고 야당이 이에 편승했으며 여당도 결국 수용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과 함께 재원마련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한 5월 임시국회가 오는 11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잡혔다. 그러나 여야는 처리 무산에 대해 '네탓 공방'만 하며 어느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가 7일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민연금 문제는) 충분한 검토시간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 이라며 공무원연금과 연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4대 구조개혁의 시금석이다. 이런 어이없는 이유로 개혁이 유야무야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여야는 즉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요며칠 사이 드러난 개혁안의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국민연금 문제는 따로 떼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의 결실'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을 바꾸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