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 잃은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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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로 증권사가 내놓는 기업분석 보고서의 신뢰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장밋빛 일색 투자전망을 쏟아냈던 증권사들은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발간된 내츄럴엔도텍 분석 보고서는 44개에 달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사과나 자기반성의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찾아볼 수 없다. 증권사 보고서를 믿고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황당할 따름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목표주가가 상향되며 낙관적 전망 일색이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사실 백수오 사태 이전에도 증권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증권사가 발표한 보고서들은 언제나 '매수' 추천 일색으로 수년간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조차 '매도' 의견을 내놓는 증권사는 거의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내 증권사가 낸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도 리포트는 0.1%였던 반면 외국계 지점이 낸 매도 리포트는 9.2%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우간다 수준으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는 증권업계가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게 오늘날 단기투기 성향이 강한 자본시장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매도 리포트 비율 공시' 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오는 29일부터 모든 증권사는 리포트를 발간할 때 매수·중립·매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보고서에 명기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별 투자의견 제시 현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증권사별 투자의견 비율을 협회 홈페이지에 분기마다 공시할 계획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의 탐방이나 직원 면담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제2, 제3의 내츄럴엔도텍 사건이 반복된다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고 투자자는 증시를 떠나게 될 것이다. 실제 '가짜 백수오' 사태로 7년여 만에 지수 700을 돌파하며 순항하던 코스닥 시장은 투자열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권업계에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영업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