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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짜 백수오' 불똥 맞은 홈쇼핑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07 16:50

수정 2015.05.07 16:50

[기자수첩] '가짜 백수오' 불똥 맞은 홈쇼핑

'가짜 백수오' 불똥을 맞은 홈쇼핑업계는 곤혹스럽다.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다고 알려지며 홈쇼핑을 통해 대표 건강기능식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10개 중 약 9개가 가짜라고 밝히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국내 1위 백수오 생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발표 이후에도 '100% 백수오만 사용했다'는 거짓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약 2주 뒤인 지난 6일 공식 사과하고, (가짜) 백수오 원료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에서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인 줄 몰랐다'며 고의성 없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 발표를 앞두고 이 회사 대주주 4명은 주식을 몰래 매각하는 비양심적 행동을 했다. 업체의 비도덕적 행동에 소비자의 분노가 들끓었다. 이어 백수오 제품 환불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발 빠르게 모든 백수오 제품을 환불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피해 규모가 작아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신속한 환불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하루 약 4억원의 건강식품이 판매되는데 그중 백수오 비중은 0.5%(200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홈쇼핑업계다. 홈쇼핑은 현재 '구입한 지 30일 이내의 미개봉 상품'만 환불해주는 일반환불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6개 홈쇼핑사를 통해 판매된 백수오 매출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홈쇼핑에서 샀으니 홈쇼핑이 책임져라'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소비자원도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홈쇼핑업계에 전면 환불을 주문했다.

홈쇼핑업체도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홈쇼핑 업계 주장대로 백수오가 '불량식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팔았다. 감독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앞선 조사에서 가짜 백수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식약처가 허술한 감독 임무에 대한 면피용 발언으로 의심되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위해하지 않다'고 말해 소비자의 혼란이 더 커졌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1차 피해자는 물론 소비자와 주주다.
2차 피해자는 선량한 백수오 농가다. 홈쇼핑도 범죄자 취급받는 것에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한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던 홈쇼핑업체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생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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