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사이버 공간, 건전한 소통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한 선수의 사이버 공간에 남겨진 악플 댓글들에 분개한 네티즌들이 실제 악플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악성 댓글, 마녀사냥, 사생활 노출 등 사이버 공간의 부작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사이버 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스마트 기기 이용의 보편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은 타인과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면서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의 사이버 공간은 소통과 공유라는 본래 기능이 퇴색되고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저주 섞인 악성 댓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정체불명의 괴담은 인터넷 최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부정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얼굴인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4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42.5%, 성인의 46.4%가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으며, 주요 이유로 '상대방 행동에 보복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이버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의 32.3%, 성인의 56.3%가 '상대방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실제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자의 상당수가 피해를 경험했고 피해 경험자의 상당수도 가해를 하게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이버폭력이 학교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를 살펴보면 학교폭력 유형 중에 사이버폭력이 770여건으로 최다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친구를 계속 괴롭히거나 따돌림하는 '사이버 왕따', 다른 학생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핫스팟이나 테더링 기능을 통해 뺏어쓰는 '와이파이 셔틀' 등 언어폭력을 넘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히는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이버공간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을 '누구나' '더 빨리' 사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 사업자, 이용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으로 인해 쉽게 사이버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는 점에서 이용자에 대한 사이버상의 윤리 교육은 필수라고 할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인터넷 이용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윤리의식과 기초질서를 정립하고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매년 3만50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 중이다. 다가오는 6월 첫째 주에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 주간으로 다양한 행사와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사이버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공간은 아니다. 남긴 글을 통해 나의 사람 됨됨이가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곳이다.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는 타인에 대해 한번 더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또 내 생각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생각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전적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는 넓은 아량을 지닌다면 사이버공간은 우리에게 공포가 아닌 축복이 될 것이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