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기재부와 한은의 경기부양 기싸움

"The dollar i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달러는 우리 통화지만 문제는 당신들이 풀어야 한다)" 주요 10개국(G1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지난 1971년 11월 로마. 존 코널리 미국 재무장관이 던진 유명한 일화다.

빚더미에 앉은 미국.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통화정책의 칼을 마음껏 휘두르며 큰소리를 친다. 최근 6년간 미국은 4조달러가 넘는 돈을 풀 때(양적완화)도 일방통행이었다. 자국 경제를 위해 손해를 보는 장사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달러인덱스(달러상대가치지수)는 무너지지 않았고, 여전히 달러는 외환 및 국제교역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적잖은 나라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편승, 값싼 달러를 차입해 '기적'으로 불릴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지 않았느냐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자산거품과 재정적자라는 무거운 짐에 허리 한번 마음 놓고 펼 날이 없다. 미국이 빚 잔치를 벌이며 싼 똥을 치우느라고. 힘 있는 자의 '갑(甲)질'과 '모르쇠'는 나라 밖 일만은 아닌 듯하다. 요즘 국내 정치권이나 정부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수를 살리겠다"며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취임한 지 11개월째다. 빈말이었다. 지난해 '초이노믹스'에 쏟아부은 돈만 3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이 경제성장률(3.3%)에 기여한 것은 겨우 0.2%포인트다. 관리재정수지는 29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다. 나라의 빚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간다. 연 2%대 안심전환대출이라는 빚 탕감 정책도 내놨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겠다'라는 정부의 큰 그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방법이 마뜩잖다. 정부는 은행들이 안심전환대출 전환 규모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도록 강제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도록 방관하고,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것은 정부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가. 국민은 다 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 문제가 터졌을 때 적잖은 혈세(168조원)가 들어갔다는 것을. 그런데도 회수율은 고작 65%다.

정치권이라고 다를까. 역시나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경제자유구역법, 금융위원회설치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안 9개 가운데 6개의 처리가 다음 회기로 미뤄지게 됐다. 정쟁에 경제는 뒷전인 셈이다. 이러니 "정치인과 국회를 '신뢰한다'"(대학생언론협동조합 'YeSS')는 대학생이 고장 2.6%와 4.8%에 불과한 것이다.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를 위기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까지 낮췄다.

그런데도 의기투합해야 할 최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부양' 방법론을 놓고 기싸움만 하고 있다.
한은은 내심 기재부가 재정정책을 동원해주기를 바라는 반면, 기재부는 한은이 금리를 더 내려줄 것을 주문한다. 시작도 하지 않고 뒷감당 걱정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식어버린 밥은 오래 뜸 들인다고 새 밥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언제까지 남은 밥 처리를 강요할 것인가.

kmh@fnnews.com 김문호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