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이주열 총재에 쏠린 시선


지난 4일 오후 국내 자금시장은 한 차례 출렁거렸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타전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발언 탓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총재의 발언이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에서 기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확대 재생산한 데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수도 바쿠를 찾은 이 총재가 바로 전날 저녁 한국 기자들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2·4분기가 지나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질텐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데 (우리도 금리를) 낮출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상황이 그럴 수도 있겠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상이 고려 요인은 됩니다. 자금 유출이 예전보다 상황이 복잡해졌어요."

이 총재의 답변이다. 현장에서 듣기론 이 총재 특유의 아주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미국 금리인상이 변수는 되지만 한국 경제상황에 맞춰 금리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이 발언이 "미국 금리인상 시점 다가와도 한국 금리 내릴 수 있어"라는 제목의 기사로 타전되면서 현장에 없었던 언론매체들이 이주열 총재 "금리 더 내릴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기준금리 더 낮출 수 있어"라는 제목으로 선명성 경쟁을 한 것이다.

다음날 ADB 연차총회장에서 기자를 만난 이 총재는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진의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식이면 아무 얘기 못한다.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준금리 전망치를 명확히 제시할 수 없다고 한 미국처럼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문제(?)발언은 지난해 미국 금리인상과 자본유출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 총재가 보여줬던 인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당시 그는 "내외금리차가 줄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어 항상 모든 것을 좀 보수적으로 갖고 갈 필요가 있다. 명목 하한금리를 어느 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에서 1.75%로 주장했는데 참고를 하겠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했을 때 너무 가까이 가는건 안 좋다. 한계선이 있다"고 밝혔다. 2.25%였던 금리를 2.0%로 낮추기 바로 앞선 시점이었다.

취임 당시 시장과의 소통을 첫번째 덕목으로 꼽은 그였지만 최근 비로소 시장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 같다.

금리인하와 관련해서 질문을 하면 "시장에서 그렇게 얘기하나요"라고 반문한다. 한은은 미국처럼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는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매달 이 총재가 택하는 어휘들은 그 나름의 고도의 함축적이며 전략적인 의미들을 담고 있다. 시장이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은의 독립성 이슈는 여전히 살아있는 의제다. 지난해만 해도 한은의 독립성 문제는 오롯이 정부로부터 얼마나 금리정책에 자율권을 확보하느냐였다. 물론 이 프레임은 지금도 약화되진 않았다. 경계대상이다.

다만 최근엔 한은 금리결정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위력이 정부 못지않게 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 금리 민감성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국민은 침묵하고 있지만 소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의 영향력이 한은의 담장을 넘어 이미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