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반려견 훈련 성공하려면 그들 언어부터 이해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0 17:49

수정 2015.05.10 17:49

[특별기고]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훈련사를 찾아가 반려견 훈련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됐다는 가족들이 있었다.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경제적 손실도 그만큼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몇 차례 훈련을 진행한 이후에도 반려견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없었는데 왜 장기간 교육을 지속했는지 물었을 때, 각 보호자들의 대답은 모두 동일했다. '방송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긍정 교육이라고 하기 때문에, 방송에서처럼 우리 개가 바뀔 것 같아서'였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방송에 대한 보호자들의 맹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놀랐던 것은 '사람들은 방송에서 사실과 다른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방송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다분히 아마추어적이었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훈련법 설명도 그랬고, 실제 훈련 경험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훈련사도 어설펐지만 그런 부분은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훈련의 효과는 고사하고 방송에 함께 등장한 반려견이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할 때, 교육이 완료돼 멋진 반려견이 됐다고 말하는 훈련사의 설명은 어떤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부르르 떨고 있는 아이를 놓고 '차분하고 행복한 자녀로 바뀌었다'고 말하면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있을까?", "반려견의 언어를 안다면 사람들이 지금과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반려동물들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모르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있다는 아픈 사실......"

교육을 의뢰한 보호자들의 답변을 듣는 순간, 이 사실을 다시 한번 피부로 체감하게 됐다. 반려가족들 또는 일반 시청자들은 반려견의 언어를 전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고, 따라서 방송에서 반려견이 실제 어떤 상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방송에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개의 언어를 모르면서 개를 교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을 요청 받고 반려동물과 가족들을 만날 때면, 예외 없이 '반려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즉 '소통의 부재'가 반려동물과 가족 사이에 해결해야 할 첫 과제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고, 반려견의 언어를 테크닉이나 기술처럼 잘못 적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려견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윤정 동물행동심리硏 폴랑폴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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