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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통신요금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1 17:02

수정 2015.05.11 17:02

[차장칼럼] 통신요금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한 케이블방송에서 방영한 '응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에서는 30대 중반을 넘은 연령층에서나 알 법한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등장한다. 1990년대 중반은 기지국이 설치된 공중전화 근처에서만 터지는 '시티폰', 수백만원짜리 초고가 이동통신 기기였던 휴대폰에 이어 개인휴대통신(PCS)이 처음 등장한 시기였다.

요즘 세대는 구경도 못했을 기기들이다. 학교 앞 전봇대에 메모를 남기거나 서로서로 직접 말로 전달하며 만남을 가지던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바야흐로 '디지털'이 실생활에 처음 도입된 것이다.

원래 아날로그(analog)는 물질적인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얻는 신호는 대개 아날로그로 보면 된다.
예전 LP음반을 대표적인 아날로그의 예로 들 수 있겠다. 반면 디지털(digital)의 사전적인 의미는 손가락이란 뜻으로 라틴어 디지트(digit)에서 온 말이다. 0과 1을 이용하는 방식의 상징으로 손가락에서 뜻을 따왔다. 0과 1의 신호로 음악을 저장하는 콤팩트디스크(CD)가 대표적인 예다.

삐삐 이후 이동통신업은 요금제의 기본을 '음성통화'에 뒀다. 한 달에 통화를 얼마만큼 쓰느냐에 따라 요금을 매겨왔고, 통신소비자는 자신의 통화 패턴을 감안해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수익을 더 내려는 이통사들의 계산에 따라 점점 요금제는 복잡해졌다. 음성통화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도 없는 데이터가 많이 제공됐다. 반대로 데이터만 필요한 소비자에게 무료 음성통화를 많이 부여하는 등 소비자가 요금제를 항상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알게 모르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다. 1세대 이동통신에서 현재는 4세대인 롱텀에볼루션(LTE)까지 이동통신이 진화했다. 일부 가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입자 음성통화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미 디지털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음성을 기반으로 한 요금제를 통해 음성통화가 많은 고객들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영업직이나 택배기사 같은 경우 음성통화가 대부분이고 데이터 사용량은 적다. 월 400~500분 정도 통화를 위해 월 8만원대에서 심지어 10만원대 초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반면 음성통화보단 데이터를 많이 쓰는 젊은이들에겐 늘 데이터 용량이 아쉽다. 월 수기가의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의미도 없는 무료통화가 잔뜩 주어지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KT가 최근 내놓은 '데이터 기반 요금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아날로그로 볼 수 있는 음성통화량을 기반으로 수익을 얻던 이동통신사가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 데이터, 즉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칭찬하고 싶다.
가입자 경쟁에만 목을 매 유통망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뿌리며 제살을 깎아먹던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났다. SK텔레콤과 LG U+도 데이터 기반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제 이통사들이 합리적인 요금제 아래서 합리적인 수익을 내며 나아가 통신소비자들의 편익을 최대한 끌어올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eyes@fnnews.com 황상욱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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