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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원칙 깬 연말정산 보완책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2 17:26

수정 2015.05.12 17:26

[현장클릭] 원칙 깬 연말정산 보완책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오늘 기재위에서 이게(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저는 두고두고 이 부작용에 대해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을 우리 스스로도 면할 길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연소득 5500만원은 국민들에게 세금 부담이 늘어선 안 될 일종의 '성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이미 부과해 징수까지 끝낸 세금을 돌려주는 소급입법을 했던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향후 5500만원이란 기준은 비과세·감면 정비와 같은 세법 심의에서도 세 부담 귀착 효과와 관련해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고 5500만원 이하 소득자에게 추가로 세 부담을 야기하는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과를 전제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고 개정안은 5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인 12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연말정산 보완책'은 당장은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명분도 정의도 잃은, 그야말로 아무 이유 없이 조세법률주의란 대원칙만 흔든 꼴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연 기재위 조세소위 회의에서 "어차피 이 보완책이란 것 자체가 왜곡을 더 왜곡시키는 형태의 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본회의까지) 며칠 남지 않은 시기에 소득세제 전반에 대한 걸 먼저 얘기하면 시간 제약상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논의는 연말정산으로 반발이 큰 계층을 달래는 안을 만드는 데 집중됐다.

정부의 '막무가내' 태도도 가관이다. 기획재정부 문창용 세제실장은 소급까지 감수하며 법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전체적으로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의) 입법목적은 살렸지만 개별적으로 일부 적용이 안 된 경우가 있다. '기술적으로' 다 커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잘못된) 측면이 있다, 그러면 기재부 세제실은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합니까? 기재부 세제실은 아마추어 집단입니까?"라고 쏘아붙이는 박 의원에게 문 실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대지 못한 문 실장은 "하여간 연말정산 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면서 개정안을 처리해줄 것을 읍소했다. 개정에 따른 비용추계서도 없이 말이다.

정부·여당을 코너로 몰아넣은 야당도 민심을 앞세워 연말정산을 이용했다는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재위 야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기재부가 4·29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연말정산 결과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할 당시 내부에선 반발이 일었다. 기재부가 이미 결과보고서를 완성, 국회에 제출할 시기까지 조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말정산 결과가 야당의 기대처럼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기재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기재부 보고를 앞두고 "연말정산 결과가 썩 나쁘지 않다고 한다. 연말정산으로 너무 몰고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 우리 쪽에선 5500만원 이하 납세자 중 일부 증세된 케이스를 갖고 물고 늘어질 거다"라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정부·여당은 여기에 말려 '일부 적용이 안 된' '기술적으로 커버하지 못한' 몇몇을 위해 법을 만들었다.


국민은 야당에 '창'이 돼줬고, 정부·여당엔 '방패막이'가 돼줬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세트로 벌인 '공작'에 놀아난 셈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말대로 이번 소득세법 개정은 경제학 교과서에 최악의 세제개편으로 기록되는 '오욕의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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