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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통신사들은 어쩌다 미운털이 박혔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3 17:05

수정 2015.05.13 17:05

[이구순의 느린 걸음] 통신사들은 어쩌다 미운털이 박혔나

"통신회사들이 어떤 곳인데, 소비자에게 유리하기만 한 요금을 내놓겠어요? 꼼수가 숨어있을 거예요."

최근 통신회사들이 무선인터넷 중심의 요금제를 새로 내놓은 데 대한 인터넷 여론이다. 인터넷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아리다.

어쩌다 통신사들은 이렇게도 미운털이 박혔을까? 도무지 뭘 해도 소비자가 믿어주질 않으니 답답하기도 하겠다 싶다. 그래서 한마디 변명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종종 칼럼에 인용하는 말이 있다. "내가 오늘 저녁 맛있는 스테이크 고기를 구할 수 있는 이유는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기심 때문이다.
"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한 말이다. 푸줏간 주인의 이기심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더 많은 고기를 팔기 위해 더 좋은 고기를 구하러 다니는 그의 이기심이 소비자에게 좋은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기업이다. 결국 그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것처럼 보이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을 정리해보자.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온 것이 소비자에는 유리할까? 불리할까?

100% 유리하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싸다거나 혁신적이라거나 하는 말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상품이 더 생겼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기존 음성통화 중심 요금제가 사라지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모두 재편됐다면 유리한 소비자도, 불리한 소비자도 절반씩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새 요금제가 나왔으니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기존 요금제가 내 생활패턴에 맞다면 그냥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면 된다. 요금제를 바꾸는 게 유리하다면 바꿀 수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가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기업의 이기심을 발동하는 원동력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 활동에 불신만 조장해내는 것은 시장에도 기업 활동에도 독이다. 그러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이왕 말을 시작했으니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해보자. 소비자의 막연한 불신이 오롯이 소비자 탓일까? 국내에는 통신회사가 달랑 셋 있다. 이 셋은 시장경쟁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사실은 늘 싸움질이다. A사가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한다거나, B사가 비싼 상품을 싸다고 속이고 있다거나, C사가 경쟁회사의 발목 잡기만 하고 있다는 3사의 고자질이 언론을 통해 매일 반복된다.

3개 통신사의 싸움을 종합적으로 지켜보는 소비자에게 통신사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기업이라는 결론 외에는 달리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쟁을 내세워 3사가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기를 반복한 결과가 바로 통신사 전체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결국 통신사들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며 내놔도 소비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불신만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는 통신사들이 만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통신사들이 끊어야 한다. 또 소비자는 통신사를 무조건 비난하고 미워하기보다는 통신사들이 더 나은 상품을 만들도록 이기심을 자극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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