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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생활 가처분 소득'을 높여줘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4 16:43

수정 2015.05.14 16:43

[여의나루] '생활 가처분 소득'을 높여줘야

대부분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당초 전망했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국제통화기금(IMF)은 3.7%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은 3.0%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기존의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투자은행 중에서는 2%대까지 내린 곳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고, BNP파리바는 2.7%를 제시했다.
경제부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3%로 전망했다. 따라서 정부도 다음달 말께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당초 성장률(3.8%)을 공식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책으로 추경 등 재정확대정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우리 상황에서 재정확대는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경제성장률과 관계없이 재정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성장률 수치가 현재의 우리 경제 발전단계에서 낮은 수준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양적 규모로 볼 때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양극화 등 경제의 질적 수준까지 포함하면 결코 선진국 경제는 아니다. 형편없이 낮은 정치 사회분야까지 고려하면 선진국이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양적 측면에서의 경제분야만은 분명 선진국 경제인 것이다. 선진국 경제에서 3% 전후의 경제성장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불황이라기보다는 저성장시대, 저물가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규모가 그만큼 많이 성장했고, 중앙은행 제도가 안착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저성장시대, 더 나아가 디플레이션 시대에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경제성장률이 1차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기업의 역할을 활성화해주면 된다.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인위적인 활성화는 역작용이 있을 뿐이다. 국가는 중산서민층의 실생활 비용이 낮아져서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생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들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재정을 투입하여 그러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구조 자체를 적은 비용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는 국민들에게 '저비용 사회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복지확대와는 다른 개념이다. 복지는 저소득계층이나 취약계층을 정상화하는 정책이다. 고성장시대나 저성장시대를 불문한다. '저비용 사회구조'는 저성장시대의 정책이며 일반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다. 과거 우리의 앞 세대 분들이 국가의 토목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물류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는 과거 고성장시대, 인플레시대에서는 묵인될 수 있었던 고비용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거품경제시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식의 모델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국민들의 여가생활, 결혼식, 장례식 등도 사회비용으로는 지나치게 고비용 모델이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들이 일상적인 삶을 저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실질적인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중산서민층의 '생활가처분 소득'을 높여주기 위한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국민들이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분야의 비용이 저비용 구조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주거, 교육, 육아보육, 의료, 레저 분야이다. 국민 기본수요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 다섯 가지 분야의 비용이 저렴해지면 저성장사회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가족 속에서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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