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지도 밖에서 길을 찾으라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4 16:44

수정 2015.05.14 16:44

[특별기고] 지도 밖에서 길을 찾으라

인구 6억명, 1인당 평균 국민소득 1만달러의 중남미 시장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으며 여러 나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중남미의 '은행' 역할을 자처하며 투자와 차관을 제공하며 교역을 확대, 2014년 중국·브라질 교역은 2616억달러로 2000년에 비해 20배가량 커졌다.

중남미는 우리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땅'이다. 지구 반대편, 빗장 열린 기회의 땅에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을 방문했다.

이번 순방으로 중남미 전자상거래 시장에 매년 3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며, 콜롬비아에서는 보고타 지하철 등 총 117억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 수주도 추진됐다. 페루와 칠레, 브라질에서도 인프라.의료.방산.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페루에서 우리 대통령은 K-팝(pop) 동호회를 깜짝 방문하는 등 틈새외교를 통해 한류의 후방 효과를 도모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치안시스템, 전자정부 등 '정부 한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중남미 국가에 우리나라의 전자정부시스템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순방 효과가 컸던 이유는 과거 우리의 고도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끈 경제개발 모델에 대한 중남미 국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한류 열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대통령 순방은 중남미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가속화하기에 아주 시의적절했던 셈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저성장 우려 속에 내수소비와 투자가 얼어붙고,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는 등 대내외 경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도 밖에서 길을 찾으라'고 한 말처럼, 우리 경제의 저성장 돌파구를 대한민국의 지도 밖, 지구 반대편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대통령 순방을 통해 한국의 1.6배 이상인 중남미 332억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이 추진되면서 그들과의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출 활로가 개척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칠리콘밸리'로 불리며 세계적 창업 성공모델 프로젝트를 진행한 칠레와의 MOU 체결을 통해 우리 청년창업자의 칠레 진출 및 이를 거점으로 한 중남미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건설 인프라를 본격 진출시키는 계기가 마련됐고, 협력분야를 제조업.광업 등의 단순교역에서 보건.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다각화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 콜롬비아에서는 양국 모두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한 교역 활성화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가까운 미래에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등의 중남미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알고 보면 남미와 우리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콜롬비아는 1950년 6·25전쟁에 참전했고 멕시코 등 몇 나라는 의약품 등을 지원했다.
이제는 신수출 채널 확보를 통한 교역량 증대, ICT.디지털 콘텐츠.인프라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 교류를 통해 그들과의 관계를 한층 고도화해 보자. 이번 기회로 우리 기업들의 중남미 비즈니스 외연이 확대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지도 바깥으로의 시장개척이 꽉 닫힌 경제 성장판을 여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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