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벤져스급' 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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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씁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만들어진 흥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1000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뒀다. 지난 9일 외화로는 최단기간인 17일 만에 누적관객수 9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관객수가 절반 가까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 1000여개 상영관에서 하루 5000회 이상 상영을 하고 있으니 1000만 관객 돌파는 단지 시간문제다.

사실 그만큼 관객몰이를 할 영화는 아니었다. 개인 취향의 얘기가 아니다. 또 다른 1000만 외화인 '인터스텔라'나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토리도, 구성도, 감동도 모두 엉성했다.

하지만 개봉 전 그들의 홍보는 말 그대로 '어벤져스급'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번스 등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고, 인사동을 쇼핑했고, 한국말로 '건배'를 외쳤다. 한국 팬들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도 가졌다. 2박3일의 짧은 방한이었지만 이들의 방문은 영화에 대한 기대에 불을 댕겼다. 개봉 직전 '어벤져스2'의 예매율은 96%에 육박했다. 영화가 개봉한 첫 주말 상영관은 전국에서 총 1843개가 열렸다. 한국 전체 스크린 수의 약 80% 수준이다. 총 상영횟수는 1만건이 넘는다. 지난해 개봉해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보다 3000회나 많다. '어벤져스2'는 2일 만에 100만,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900만까지 최단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누적 매출액은 이미 800억원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2'의 제작비는 2억5000만달러 수준, 우리돈 2500억원이 넘는다. '어벤져스2'에 출연한 한국 배우 수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들에게 예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1편보다 나은 2편을 만들 수 있을까에만 집중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다.

한국이 얻은 것은 뭘까. 지난해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이 결정됐을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원의 직접홍보 효과와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등 2조원의 간접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어벤져스2'에 나온 서울의 모습은 반가웠다. 하지만 10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에 4000억원, 2조원을 들먹인 건 과한 호들갑이었다. 그리고 마블은 이 호들갑을 정확히 예상했다. '어벤져스2'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 건 단지 한국이 세계 영화시장의 블루칩이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어벤져스2'는 흥행에 성공했다.

아낌없이 투자했고 그 이상의 돈을 벌어들였다. 자본의 논리를 여실히 드러낸 영화였다. 어쩌겠는가. 많이 가진 자가 결국 이기는 곳이 시장인 것을. 그래도 이 씁쓸함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