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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계란으로 바위 치기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5 16:45

수정 2015.05.15 16:45

[여의도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계란으로 바위 치기

얼마 전 일상화된 보편적 무상급식을 중단시켜 세인의 관심을 받았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적 최대 위기에 빠져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사실 따지고 보면 홍 지사가 주장한 복지 논쟁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이번 연금 개혁은 실패에 가깝다. 그 이유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가 됐어야 했는데, 청와대와 정치권이 공무원집단의 압력에 밀려 변죽만 울리고 만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무 자르듯 확 잘라버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끝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개혁은 원래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나왔고 김무성 대표(새누리당)가 한껏 동조했다.
그러나 여기에 야당은 표면적으로만 동조하고 있어서인지 이제 하나마나한 개혁이 돼가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는 연금개혁 한다며 그동안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이 기간 공무원노조의 동향은 비교적 잠잠했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국회와 공무원 두 집단 간 야합이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먼저 140만여명의 전.현직 공무원집단의 거대 압력 속에 세가 약한 야당은 기선이 제압돼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어 기선제압을 당한 야당은 다시 여당을 이 구렁텅이 속에 끌어들여 서로 야합했을 테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지금 하나도 없다.

개혁한다며 대통령이 나서고 여당 대표가 나섰을 때 공무원노조는 "파업" 운운하며 발끈했다. 이때 온 국민은 '아 이제 한판 세게 붙겠군. 140만 집단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처음에 "청와대와 여당이 합세하고 야당이 동조했는데…. (공무원연금은) 개혁돼야 돼. 잘 될거야"라며 많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공무원 속성을 아는 이들은 모두 이번 개혁을 두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비아냥댔다. 개혁 성공은 아예 기대하지도 않았단 말이다. 공무원들은 여기에 한 술 더 떴다. "지들이 뭔데, 남의 밥그릇에 재를 뿌려. 우리 140만명이야. 여기에 곱하기 4를 해봐. 500만(표), 아니 600만(표)이야. 얻다 대고 까불어"라고 공무원이 흥분할 때, 필자는 이 집단이 이 땅에서 최고 무서운 집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또 깨달았다.

전국의 유권자 수가 대략 4000만명이다. 이 가운데 투표 참가율이 70%라고 볼 때 2800만명이 투표한다. 이에 비춰볼 때 공무원이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압력집단'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볼 때 공무원은 이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 아닌 우리 사회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음을 이번 개혁실패 속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집단의 이런 파괴력은 급기야 정치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야당은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일찌감치 그들의 손아귀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사실상 이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어 야당은 개혁을 주장하는 여당에 동조하는 체하며 마수걸이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야 정치권은 연금개혁을 통해 공무원집단이 마치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공동 출연해 연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속고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애초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올라가지 못할 나무였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정치권은 바로 지금의 야당이다. 야당은 선거 때 누구보다도 먼저 공무원노조를 향해 포퓰리즘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갑자기 국민의 정부가 생각난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외환위기를 극복해내야죠,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죠 그야말로 할 일이 태산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정을 농락당한 게 하나 있다. 공무원연금이었다.
그때 잘못 짜여진 공무원연금이 해를 거듭하면서 국민 세금을 한 해 수조원씩 파먹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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