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중국시장은 '만들어가는 것'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7 16:25

수정 2015.05.17 16:25

[특별기고] 중국시장은 '만들어가는 것'

"중국은 한국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해묵은 논란인 듯하지만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대중국 수출전선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 4월까지도 마이너스 기록이다. 2011년까지 두자릿수 증가세는 옛말이 됐다. 두 번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알짜 시장이기에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속앓이는 투자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매년 2000건을 넘던 대중국 투자는 이제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중국의 대외개방 확대 추세와는 엇박자다.

땅 짚고 헤엄치던 시절은 어느새 흘러가버렸다.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한 가공기지가 아니다. 우리가 수출하던 상품을 중국 기업들이 만들고 있다. 수입 수요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자체 생산이 늘어난 결과다. 더 큰 변화는 국제 가치사슬상의 이동이다. 하류부문(downstream)에서 저가상품 제조에 치중하던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마케팅, 서비스 등 상류부문(upstream)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의 원부자재 중심 수출구조가 바로 타격을 받게 됐다. 중국은 기회만큼이나 큰 위기의 땅이 된 듯하다. 중국은 변했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은 탓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지금 중국에선 생활소비재.패션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환경.에너지.정보기술(IT) 분야가 탄력성장을 하고 있다. 의료.프랜차이즈 등 서비스 분야도 전에 없던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대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다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우리의 고급 소재부품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신시장들은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범위도 넓혀야 한다. 덩치와 실력을 키운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에 눈길을 돌리면서 이들은 우리의 유력한 투자유치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정식 서명을 앞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중국 비즈니스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간다면 중국 수출 붐이 재점화되고 투자는 한.중 양방향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지난 4월 27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KOTRA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한.중 FTA 체결을 앞두고 개최한 '한·중 FTA 비즈니스 플라자'에서다. 중국 바이어 360명이 방한해 국내 기업 1500개사와 마주 앉았다. 단일국 대상 상담회로 역대 최대 규모였을 뿐 아니라 FTA 수혜가능 분야별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마련됐다.

중국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 홈쇼핑 업계 2위인 해피고, 중국 1위 의약품사인 시노팜 등 선두기업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 소비재, 소재부품, 의료, 환경.에너지 분야 수입상담을 벌였다. '중국에서 식품을 팔려면 여기를 통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온라인 식품 쇼핑몰의 최강자 이하오덴은 한국식품 수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포브스 선정 아시아 50대 기업인 쑤닝그룹은 특별관을 꾸려 새로운 한국상품 찾기에 열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가공무역과 원부자재 위주로 짜여온 대중국 수출구조가 앞으로 얼마든지 진화하고 확대될 수 있음을 실감케 하는 장터였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 세계적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케이의 말은 우리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중국시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

김성수 KOTRA 전략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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