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이요? 다 거기서 거기죠"

밥집(은행)이 여럿 있다. 어느 식당 할 것 없이 손님(고객)이 오면 싼값(저금리)에 밥 한 상(금융상품)을 내놓는다. 특별한 반찬(이색상품)은 없다. 업주(은행권)들은 남는 이윤(순이자마진·NIM)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단골손님(충성도 높은 장기고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느 집을 가나 맛(서비스)도, 가격(금리)도 다 비슷하다.

요즘 은행들을 보면 이런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의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고, 원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은행을 가나 고객의 구미를 확 끌어당길 만한 획기적인 금융 상품도, 서비스도 찾기 힘들다.

은행들은 항변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구조 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은행들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대중이 바라보는 은행은 색깔이 없다. 평소 취재를 위해 일선 지점을 자주 찾는 기자가 늘 듣던 얘기다. 얼마 전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 취재차 여러 은행의 내방객들을 만났다. 놀라운 건 금융계 종사자의 생각과 달리 금융 소비자가 느끼는 은행업은 '거기서 거기'였다. 한 시중은행의 15년 장기고객이라고 밝힌 40대 주부는 해당 은행을 애용하는 이유에 대해 "집과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놨다. 다른 30대 금융소비자는 "회사 주거래은행이어서"라고 말했다.

현재 특수은행이든 일반은행이든 너나없이 기술금융에 목을 매고 있다. 당장 7월로 예정된 혁신성평가에 따라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은행권의 자화상이다.

비단 은행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은행권이 단기실적 위주와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우친 데는 금융당국 역시 한몫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책금융과 시간이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정책상품들. 녹색금융이 대표 사례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수수료) 등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실제 시판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작용한다"면서 "금융사들에 무조건 일렬종대를 요구하는 당국의 관행이 결국 색깔 없는 은행을 만들어내는 주된 이유"라고 한탄했다. 계좌이동제 시행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색깔 없는 은행은 결국 고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