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생계형 창업 내몰리는 청년

청년실업 외환위기 수준.. 취업난 종합대책 서둘러야

청년 실업의 후유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청년 실업·취업 관련 지표는 적신호 일색이다. 청년들은 취업대란·고용절벽·칠포에 이어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는 신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이미 '청년 고용 절벽'이 현실화됐고 내후년까지 3년 동안 청년 고용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청년취업과 실업의 현주소를 보면 이미 외환위기 수준이라는 일각의 얘기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취업 경쟁률은 평균 32.3대 1에 달했다. 100명이 지원해서 겨우 3명 정도만 취업관문을 통과한다는 의미다. 2년 전(28.6대 1)보다 더 높아졌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취업문이 좁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른바 청년 취준생도 2007년 68만명에서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취업문이 좁아지니 자연히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률은 두자릿수인 10%대 시대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을 10.2%로 발표했다. 같은 기간 평균실업률(3.9%)의 2.6배에 달한다. 4월 기준으로 따지면 관련 통계집계가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지난 2월(11.1%) 이후 3개월 연속 청년실업률이 두자릿수다. 체감실업률은 2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니 요즘 청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니들이 외로움의 끝을 알어'라는 자조섞인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20∼39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5.3%가 창업할 의사가 있다. 문제는 새 사업 기회에 도전하는 기술형 창업에 비해 생계형인 외식.소매 등 일반서비스업이 절반(48.7%)에 달한다는 거다. 30세 미만 창업주의 신설법인 증가율도 작년 3·4분기 13.5%에서 올해 1·4분기에는 21.9%로 크게 늘었다. 청년층의 생계형 창업 가세로 올해 1·4분기에는 30세 미만 청년 창업주의 신설법인 수가 1123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은 노동시장 불균형과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실망실업 등 사회적 일탈에 따른 사회적 부담증가,가계 재정 압박 등 많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청년이 미래의 경제주역인 만큼 청년실업은 장래 나라를 떠받칠 성장동력이 약화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당장의 실업문제를 풀 뾰족한 제대로 된 해법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청년실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미 예고됐다. 그런데도 현상유지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는 2017년까지 일자리 238만개를 만들어 고용률을 60% 초반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일.학습병행제와 청년인턴제, 해외취업·인턴 연수사업 등 다양한 청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지만 백약이 무효가 됐다. 게다가 청년취업의 근본 해법을 담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노사정 대타협 불발로 겉돌고 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법안도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당국이 청년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의 취업난을 푸는 일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숫자를 나열하는 정도의 시늉내기는 안 된다.
시간이 필요한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활성화 탓으로 돌려서도 안 된다. 그나마 정부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각 부처가 한 자리에서 현안을 논의하고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된 실현가능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