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자수첩] 색깔없는 은행들...떠나는 고객들

고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18 17:55

수정 2015.05.18 17:55

밥집(은행)이 여럿있다. 어느 식당 할 것 없이 손님(고객)이 오면 싼 값(저금리)에 밥 한상(금융상품)을 내놓는다. 특별한 반찬(이색상품)은 없다. 업주(은행권)들은 남는 이윤(순이자마진·NIM)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단골손님(충성도 높은 장기고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느 집을 가나 맛(서비스)도, 가격(금리)도 다 비슷하다.


요즘 은행들을 보면 이같은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고, 원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은행을 가나 고객들의 구미를 확 끌어당길만한 획기적인 금융 상품도, 서비스도 찾기 힘들다.

은행들은 항변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구조 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맞는 얘기다. 올해 1·4분기 국내 은행들의 NIM은 1.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4분기 1.79%였던 NIM은 1개 분기만에 0.19%포인트 떨어졌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가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이자이익 역시 전년동기대비 2000억원(3%) 줄어든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일반 대중이 바라보는 은행은 색깔이 없다. 평소 취재를 위해 일선 지점을 자주 찾는 기자가 늘 듣던 얘기다.

얼마 전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 취재 차 여럿 은행들의 내방객들을 만났다. 놀라운 건 금융계 종사자들의 생각과 달리 금융 소비자들이 느끼는 은행업은 '거기서 거기"였다. 한 시중은행의 15년 장기 고객이라고 밝힌 40대 주부는 해당 은행을 애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집과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놨다. 다른 30대 금융소비자는 "회사 주거래 은행이여서"라고 말했다.

현재 특수은행이든 일반은행이든 너나할 것 없이 기술금융에 목을 메고 있다. 당장 7월로 예정된 혁신성평가에 따라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메겨지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에 급급한 은행권의 자화상이다.

비단 은행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은행권이 단기 실적 위주와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우쳐진 데에는 금융당국 역시 한몫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책금융과 시간이 지나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정책상품들. 녹색금융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기술금융·통일금융·관계형금융 등 당국에서 이름 붙여진 수많은 정책금융들도 앞날을 모른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수수료) 등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실제 시판하기까지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작용한다"면서 "금융사들에게 무조건 일렬종대를 요구하는 당국의 관행도, 2~3년 임기 내 단기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은행 리더들의 생각도 결국 색깔없는 은행들을 만들어내는 주된 이유"라고 한탄했다.

계좌이동제가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색깔없는 은행들은 결국 고객들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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