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잠든 척' 저항 안했다면 유사강간·강제추행 '무죄'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0 11:07

수정 2015.05.20 11:07

잠자리에 든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법원이 피해 여성이 자는 척하며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잠이 든 줄 알고 추행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깨어 있었던 상황이라면 유사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37)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강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집에서 부하 직원과 직원의 여자친구 A씨와 술을 먹고 이들이 방안에서 함께 잠이 들자 B씨에게 다가갔다.

강씨는 A씨의 몸을 툭툭 건드린 뒤 이불을 들치고 잠시 지켜봤다. 그럼에도 A씨가 가만히 있자 다리, 엉덩이와 신체 주요 부위를 만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일어나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대응하지 않고 자는 척을 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가 인기척을 내자 강씨는 곧바로 방에서 나갔다. 이후 A씨는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유사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1심은 "당시 A씨가 의식이 있는 점을 강씨가 알았다면 추행행위로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제'추행 증거나 범죄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피해자가 위력(A씨의 남자친구가 강씨의 부하직원이었던 점) 때문에 추행 등에 저항하지 못했을지언정,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 추행을 당해 피해를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A씨에게 준강제추행 의도만 있었을 뿐 강제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당초 강씨에게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했더라도 A씨가 사건 당시 의식이 있었다는 점에서 무죄로 결론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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