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논단] 돈에 대한 바른 생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0 16:57

수정 2015.05.20 16:57

[fn논단] 돈에 대한 바른 생각

돈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물질만능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돈에 얽매여 돈이 모든 것인 양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돈을 터부시하고 겉으로 돈을 배척하는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투자자문 벤처투자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부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벤 벤슨은 '돈에 관한 생각(The New Rule of Wealth)'이라는 책에서 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잘못 돼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은 애초 성경의 "돈을 사랑함이 일만(一萬) 악의 뿌리가 되니"(디모데서 6장 10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성경에서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을 사랑함이 악의 근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문장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지우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벤슨은 "마약거래나 인신매매와 같은 중범죄는 돈을 사랑함으로써 시작됐을 것"이라며 "늘 그렇듯 악의 근원은 가해자에게 있을 뿐 돈 자체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 역시 돈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돈을 향한 사람들의 이중 잣대가 공자의 말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부귀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부귀를 누리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을 근거로 부귀는 정당한 방법으로 얻기 어렵고 떳떳한 것도 아니므로 나쁜 것이라는 해석이 퍼져나갔다. 게다가 공자 스스로 청빈한 삶을 산 것도 부귀가 옳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힘을 보탰다. 시부사와 에이치는 "단언컨대 공자는 결코 부귀를 경시하지 않았다"며 "어긋난 부는 단념하는 것이 좋지만 가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라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공자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어와 주판'이라는 책을 통해 한 손에는 건전한 부의 윤리를 강조하는 논어를, 다른 한 손에는 부의 축적을 의미하는 주판을 들고 당당하게 경제활동을 하라고 주장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삶에 대한 더 나은 방식을 제공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번다면 사회의 유용한 일원이 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옛말에 부자는 3대를 잇기 어렵고 권력은 10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경주 최부자 집은 무려 12대에 걸쳐 약 300년 동안 부를 지켰다.
그 비결은 여섯 가지 부의 원칙 때문이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지니지 말고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셋째, 과객(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와서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자 집은 남의 불행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부를 지킬 수 있었다.
여러 기념일과 행사 등으로 지출이 많은 5월이다 보니 자연스레 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절인 것 같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자녀와 함께 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