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의 야당, 무엇이 문제인가

야당의 위기다. 한국 야당은 해방 이후 정부의 혹독한 탄압을 받아왔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대변하는 애민정치,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이 그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찾아온 위기는 야당사 60년의 그것과 성격이 좀 다르다. 위기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은 대선, 총선, 재·보선 등에서 연전연패하면서 야당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야당의 위기는 크게 보면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가 리더의 부재다. 야당은 항상 리더에 의존해왔다. 장면, 신익희, 조병옥,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야당에는 뚜렷한 정치지도자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야당에는 굵직한 정치지도자가 없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차기 리더가 되기 위한 내부싸움이 늘 잠재해 있다. '도토리 키재기'식의 계파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공천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자산의 문제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남북분단과 6·25를 겪으면서 진보세력의 성장은 가로막혀 왔다. 유권자의 지지나 정치엘리트의 충원이라는 정치적 자산이 보수에 비해 늘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정치학자들은 진보·보수의 이런 정치적 자산이 고정불변으로 굳어지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세 번째는 유권자 성향의 변화다. 전통적 야당은 민주와 반독재 투쟁을 대의명분으로 당의 명운을 걸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원과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사회정의나 공동체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노령화로 위한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도 뚜렷하다.

네 번째는 투표형태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저소득층과 재산이 적은 사람들이 분배와 복지정책을 표방하는 진보를 지지하고, 반대로 고소득층과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정책에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보수를 지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저소득 계층에서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투표율이 높았다. 소위 '계급배반 투표'가 이뤄진 것이다. 집권당이 국정운영을 잘했으면 다시 집권당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로 잘못했으면 야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회고적 투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야당 스스로의 행태다. 소위 '싸가지 없는 진보'의 문제다.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되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호통 치는 자세 등이 끊임없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야당은 자기들이 잘할 생각은 않고 늘 보수에 대한 심판과 비판으로 자기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이것이 선거패배의 진짜 원인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강준만은 "한국 정치에서 보수-진보의 고정지지율이 대략 30% 정도로 이들 60%는 요지부동의 세력"이라면서 "선거는 나머지 40%를 놓고 벌이는 싸움인데, 그중 20%는 아예 투표를 하지 않는 정치 비토세력이어서 나머지 20%가 중요한데, 이들은 진보나 보수의 내용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들의 분노 표출 방식, 즉 태도에 영향받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이 점이 '싸가지 없는 진보'의 문제가 되는 지점이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집권당을 견제하고, 국민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수권능력이다. 버릇 없는 진보, 품격 없는 진보, 차갑고 과격한 진보보다 국민들은 품격 있고 따듯한 진보, 성취하는 진보를 더욱 원한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진정 야당이 사는 길 아닐까.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