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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새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은 '정부정책'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5 16:49

수정 2015.05.25 16:49

[차장칼럼] 새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은 '정부정책'

지난 19일 서울 소월로 밀레니엄힐튼호텔.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 및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쉽게 볼 수 없던 기업 경영인들이 한자리를 찾은 것이다.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바쁜 이들이 힐튼호텔을 찾은 것은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모디 총리를 만난 국내 경영인들은 인도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모디 열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지 이틀 후인 21일. 국내 산업계는 공동으로 정부를 상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내용은 '국제사회 평가'보다는 국내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달라는 것. 여기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25개 업종단체 및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가 성명서에 참여했다.
사실상 산업계 전체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중에는 이틀 전 모디 총리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기업도 있다. 전기와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에서는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시설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우리나라에서는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경영환경에 대한 기업인들의 우려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하는 정치권의 약속은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듯한 추세다.

이는 기업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2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았고 5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다. 대기업 경영진은 물론 중소기업 경영진도 경영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정책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만 힘든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와 철도, 조선업 강화에 나서고 있고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영환경을 빠르게 개선시키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금방 따라잡을 것 같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멀리 달아났고 회생하지 못할 것 같던 일본 전기전자 기업들은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조세.교육 등 각종 개혁,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외국인 투자유치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는 모디노믹스의 핵심도 멀리 보면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급감했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경영환경을 보면 그렇게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예전에 일부 국가대표 기업의 경우 본사를 다른 국가로 옮길 경우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 적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질 경우 주가가 제값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당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지정학적 위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보면 '정책위험'이 아닐까 싶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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