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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아들, 유럽을 평정하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5 16:53

수정 2015.05.25 16:53

안병훈,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PGA 챔피언십 우승.. 올 시즌 정규 투어 입성해 첫 감격

피는 못 속였다.

탁구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24)이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안병훈은 2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5개를 쓸어담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안병훈은 통차이 자이디(태국)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6타차 공동 2위(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정규투어 첫 우승이다. 게다가 이 대회가 유럽투어 메이저대회여서 기쁨은 배가 됐다.


우승 상금은 94만달러(약 10억2000만원). 세계남자골프랭킹에서도 2.40점을 획득해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도약했다.

안병훈은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17세)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뒤 프로로 전향한 안병훈은 유럽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3년간 '하류인생'을 전전하다 올 시즌 정규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따라서 올해가 루키 시즌인 셈이다.

이번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타이틀 방어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피로 누적에 따른 부진으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안병훈의 우승은 그야말로 이변 중의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안병훈은 전반에만 버디 2개를 잡아 같은 조에서 우승을 경쟁하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한발 앞서기 시작했다.

몰리나리는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러는 사이 태국의 강호 자이디가 치고 올라왔다. 자이디는 1타차까지 추격하며 안병훈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확한 아이언샷과 퍼트로 코스를 공략한 안병훈은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12번홀(파5)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홀에서 안병훈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와 구르다 홀 바로 직전에서 멈춰섰다. 조금만 더 굴렀더라면 더블이글(알바트로스)이 될 수 있었던 환상적인 샷이었다. 안병훈은 가볍게 탭인 이글을 연결하며 2타를 더 줄였다. 그리고 그것은 추격자들에게 사실상 카운터 펀치가 됐다. 자이디, 히메네스와의 타수 차이를 순식간에 4타차로 벌린 안병훈은 상승세를 몰아 15번홀(파4)과 17번홀(파5)에서도 징검다리 버디를 추가했다.
안병훈은 18번홀(파5)을 파로 마치면서 노보기 플레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안병훈은 EPGA투어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제5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기분"이라며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부진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양용은(43)은 마지막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22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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